'초강수' 법관회의···'벼랑끝' 양승태 대법원장

조사 결과 따라 사법파동 이상의 파장일수도…임기말 불명예 우려

이태성 기자, 송민경 기자 2017.06.19 18:51

전국법관대표회의. /사진=뉴스1

사법개혁 요구 저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전국 법관 대표들이 대법원에 추가조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임기말 궁지에 몰렸다. 양 대법원장 입장에선 자신이 조사의 정점이 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거부하기 쉽지 않은 탓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내 다수의 판사들은 앞서 이뤄진 사법개혁 요구 저지 및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에 상당한 의문을 품고 있었다. 진상위원회가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사법개혁 관련 학술행사 축소 지시만 인정하고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정황도 없었다는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당시 위원회는 △공동학술대회에 대한 부당견제 의혹 △법관의 전문분야 연구회 중복가입 제한 관련 의혹 △대법원 지시에 불복한 법관에 대한 부당인사 의혹 등에 대해 법원행정처의 일부 책임만 인정했다. 그 외 △법원행정처 차원의 조직적인 부당한 견제나 압박의혹 △사법부 내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 등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법원행정처, 더 나아가 양 대법원장의 책임을 덜어준 셈이다.

이에 대해 한 판사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관련자들 진술만 들었던 것이 전부"라며 "저 진상조사 결과를 누가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조사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만큼 결과도 믿기 어렵다는 말이다. 

전직 대법관에게 진상조사위원장을 맡긴 것도 문제였다. 법원 외부 인사에게 진상조사를 맡겨 신뢰를 높이려는 계획이었지만 법조계 시각은 달랐다. 대법원 생리에 누구보다 밝은 인사인데다 대법원을 떠났다고 해서 외부인사로 보긴 어렵다는 점에서다.

만약 추가조사가 이뤄진다면 법원 수뇌부 가운데 어디까지 이 사건에 관련돼 있는지가 밝혀질 수 있다. 양 대법원장이 이를 지시 또는 묵인했는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과거 '사법파동' 이상의 파장이 일 수도 있다.

과거 5차례의 사법파동을 돌이켜보면 대법원장이 법원의 최고 책임자로 곤욕을 치른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1988년, 1993년 벌어진 2차, 3차 사법파동 때엔 당시 김용철, 김덕주 대법원장이 옷을 벗기까지 했다.

이미 양 대법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한 바 있다. 대국민 사과까진 아니었다. 양 대법원장은 지난해 '정운호 법조비리' 사건과 관련해 한차례 사과를 한 바 있다. 헌정 사상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3차례 뿐이었다. △1995년 ‘인천지법 집달관 입찰 보증금 횡령 사건’ 당시 윤관 대법원장의 사과 △2006년 ‘조관행 전 고법 부장판사 금품수수 사건’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과 △지난해 9월 양 대법원장의 사과가 전부다. 양 대법원장이 이번 사태로 또 다시 대국민 사과를 할 경우 임기 중 2차례의 대국민 사과를 하는 첫번째 대법원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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