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친절한판례氏] 일방적 혼인신고, 같이 살았어도 무효?

함께 살았다면 혼인 의사 있었거나 사후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송민경(변호사)기자 2017.06.21 14:07


최근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가 혼인이 무효화됐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만약 일방적인 혼인신고에도 불구하고 둘이 함께 살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런 경우엔 상대방도 혼인할 의사가 있었거나 무효인 혼인신고를 사후에 인정(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혼인신고를 무효로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함께 살던 부부였던 A씨와 B씨는 1980년 6월 협의이혼 신고를 마쳤다. 이혼 후에도 그들은 당시 살고 있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소재 아파트에서 동거 생활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다 A씨가 1982년 4월 아파트를 처분하고 같은 구 서초동 소재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되면서 둘은 완전히 결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잠시 미국으로 건너갔던 B씨가 1982년 11월말 귀국한 뒤 둘은 다시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다시 함께 살게 된 뒤 B씨는 1983년 3월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마치고 이를 A씨에게 알렸다. 그 후에도 A씨는 아파트에서 같이 살면서 B씨가 운영하는 유아원 행사에 참석하고 B씨와 함께 친척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는 등 부부 생활을 이어갔다.

문제는 A씨였다. A씨는 점점 외박이 심해지더니 1985년 초부터 경기도 부천에서 다른 여성과 동거를 시작했다. 그 후 A씨는 1987년 2월 동거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B씨와 함께 살았다. 1987년 4월부터는 B씨의 친정에서 운영하는 병원의 경영이 어려워지자 그 병원의 원장직을 맡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다 A씨는 1990년 11월 이 병원의 간호사와 사귀기 시작했고, 함께 강릉으로 가 그 여성과 동거를 시작했다. 1994년 2월에는 이들 사이에 자식까지 태어났다.

한편 B씨는 1982년 11월 A씨와 다시 동거를 시작한 후 1984년 5월 A씨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정형외과를 개업하게 되자 A씨의 여동생과 함께 병원의 개업준비를 했다. 또 1987년 1월 A씨의 아버지가 사망하자 맏며느리로 장례를 치르는 등 아내와 며느리로 역할을 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B씨가 A씨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 혼인신고가 효력이 있느냐는 게 문제가 됐다. 혼인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혼인의 합의는 혼인신고를 할 당시에도 존재해야 한다. A씨는 협의 이혼 후 B씨가 자신의 승낙 없이 인장을 도용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혼인이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결국 이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대법원은 “협의이혼한 후 배우자 일방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더라도 그 사실을 알고 혼인생활을 계속한 경우 상대방에게 혼인할 의사가 있었거나 무효인 혼인을 추인한 것”이라며 혼인무효확인 소송을 낸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95므731 판결)

추인이란 어떤 행위가 있은 후 그 행위에 동의하는 일을 말한다. 일방적인 혼인신고가 무효인 원칙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혼인신고 후 둘이 함께 계속 살면서 혼인생활을 했다면 그 혼인신고는 유효하다는 얘기다.


A씨가 혼인신고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면 바로 당시에 이의를 제기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그 후 함께 생활을 지속하다 뒤늦게 혼인신고가 일방적이었다며 혼인무효를 청구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 판결팁= 동의없는 일방적인 혼인신고는 혼인 무효 사유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한쪽 당사자가 한 일방적 혼인신고를 알고도 계속 함께 생활을 했다면 그 상대방에게도 혼인할 의사가 있었거나 무효인 혼인을 사후에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 일방적 혼인신고를 유효한 것으로 봤다.


◇ 관련조항


민법


제815조(혼인의 무효)
혼인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
1.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2. 혼인이 제809조제1항의 규정을 위반한 때
3.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4.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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