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朴에게 '동생이 출소 못해 조카 볼 면목 없다'고 했다"

최태원 SK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증인 출석

김종훈 기자 2017.06.22 11:50
최태원 SK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태원 SK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을 청탁했다고 법정에서 인정했다.

최 회장은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2016년 2월16일 박 전 대통령과 삼청동 안가에서 독대하게 된 경위에 대해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최 회장이 2월12일 강릉교도소에 수감 중인 동생 최 수석부회장을 면회하던 중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이 전화를 걸어왔다. 최 회장은 면회 때문에 전화를 받지 못했다. 

최 회장은 면회가 끝나고 이형희 SK 브로드밴드 사장으로부터 "안 수석이 대통령 면담과 관련해 통화를 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전해듣고 안 전 수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최 회장은 통화를 마치고 약 1시간30분 뒤 SK 본사에서 고위 임원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는 그룹 2인자로 꼽히는 김창근 SK 이노베이션 회장과 김영태 부회장, 이 사장, 박영춘 CR팀장(부사장) 등이었다.

이 자리에서 최 회장과 임원들은 박 전 대통령과 면담을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논의했다고 한다. SK 워커힐호텔 면세점 사업권 재취득, CJ헬로비전 합병 등 당시 기업 현안이 주요 주제로 올랐다. 최 회장은 2월14일 일요일에도 회의를 소집했고, SK 측은 두 차례의 회의 내용을 모아 면담에 쓸 '말씀자료'를 만들었다. 

이 말씀자료엔 동생 최 수석부회장의 가석방을 청탁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 회장 측은 말씀자료에서 "외람된 말씀이지만 안팎에 산적한 경영 현황 등을 감안할 때 저만의 고군분투로 한계가 있다"며 "마침 지난 설날에 동생의 형 집행률이 80%를 넘었다. 송구스러우나 동생이 국가에 기여할 수 있게 배려를 호소드린다"고 적었다.

최 회장은 2월16일 오후 5시 면담 직전까지 말씀자료를 계속 검토하는 등 신중하게 면담을 준비했다고 한다. 면담 장소는 삼청동의 한 양옥집이었다. 안 전 수석이 최 회장을 맞으러 나왔고, 최 회장은 거실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최 회장은 가장 먼저 언급한 건 최 수석부회장의 가석방 문제였다. 최 회장은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만 저희 집이 편치 않다"며 "동생이 아직 못 나와서 제가 조카를 볼 면목이 없다"며 완곡하게 가석방을 청탁했다.

최 회장은 동생 문제를 에둘러 말한 데엔 여러 이유가 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동생의 가석방을 청탁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했고, 자신의 사생활 문제가 불거진 상태여서 박 전 대통령에게 밉보일까 걱정스럽기도 했다는 것이다.

당시는 최 회장의 '혼외자 고백' 사건이 불거진 직후였다. 최 회장이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 한다'로 시작하는 편지를 언론사에 보내 밝혀졌다. 최 회장은 편지를 통해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최 회장은 "아내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사면 전 박 전 대통령에게 증인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사실에 대해 아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한숨을 쉬더니 "들은 적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가정사로 인해 부정적 평가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동생의 가석방 문제를 함부로 꺼내는 게 부담스럽지 않았느냐"고 묻자 "네"라고 긍정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의 부탁에 별다른 답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최 회장은 더 이상 동생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박 전 대통령은 투자와 고용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면담 도중 박 전 대통령은 안 전 수석을 불러 "SK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얼마를 출연했느냐"고 물었고, 안 전 수석은 111억원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관심과 협조 부탁드린다"는 취지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후 최 회장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면세점 사업권 등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면세점 사업권에 대해선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고 답했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해선 특별한 대답은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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