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재회'···최태원 회장 '덤덤', 朴 전 대통령 '씨익'

박근혜 전 대통령, 최태원 회장 신문 도중 입꼬리 올려

김종훈 기자 2017.06.22 15:19

박근혜 전 대통령(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2월 마지막으로 독대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원 SK 회장이 22일 법정에서 재회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9시53분쯤 서울종합법원청사에 도착했다. 

최 회장이 나오자 취재진과 SK 측 관계자까지 약 40여명이 따라붙어 혼란을 빚었다. 이날 SK는 최 회장의 안전을 우려해 청와대 경호실 출신 사설경호원까지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면세점 사업권과 동생의 조기 석방 이야기를 했느냐", "청와대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반대했던 것인가" 등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수첩을 손에 들고 덤덤한 표정으로 증인석에 앉았다. 최 회장은 "기억나는 대로, 사실대로 답변해 달라"는 재판장의 당부에 별다른 반응 없이 신문에 임했다.

최 회장은 검찰의 신문 사항을 대체로 인정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가석방과 워커힐호텔의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 CJ헬로비전 인수합병 등 각종 기업 현안을 청탁했다고 시인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얼마를 출연했는지 직접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검찰 측에서 가정사에 대한 내용을 묻자 최 회장은 다소 난감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 측이 "아내가 사면 전 박 전 대통령에게 증인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서신을 보낸 사실에 대해 아느냐"고 묻자 최 회장은 머뭇대다 한숨을 쉬더니 "들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되기 전까지 입었던 감색 정장에 안경을 쓰고 법정에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이전 재판과 마찬가지로 증인의 발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이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얼마를 출연했느냐고 묻자 안종범 수석이 금액을 대답하지 않았느냐"는 검찰 측 물음에 최 회장이 "그런 것 같다"라고 대답한 대목에선 입꼬리를 올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 중 한 명이 소란을 피워 퇴정당했다. 이 지지자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에 "옳습니다"라고 동조했고, 재판부는 "심리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며 퇴정을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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