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돈 받고 대학 합격시켜준 교수, 죄명이 뭘까?

박보희 기자 2017.06.25 06:01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대학교수가 돈을 받고 편입 요건도 갖추지 못한 학생을 합격시켜준 뒤 좋은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손을 써줬다면 무슨 죄로 처벌을 받게 될까? 이 경우 타인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돈을 받고 부정한 청탁을 들어주는 '배임수재' 혐의가 적용될 수 있을까?

모 대학 체육학과 교수인 A씨는 B씨가 편입학 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편입을 위한 필수 이수 학점도 채우지 못한 B씨는 지원 요건도 갖추지 못한 상황. 편입학 서류 접수 담당 직원은 B씨의 서류를 받아주지도 않았다.

B씨의 서류가 반려됐다는 소식을 들은 A교수는 접수 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원서를 가접수시켰다. 그리고 교무처장, 교무과장과 체육학과 편입학 지원자들에 대한 상장 심사 회의를 하며 B씨에게 편입학 자격을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해 승낙을 얻어냈다.

이후 대학 부총장 주재로 열린 편입학 사정회의에서 B씨가 편입학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회의가 끝난 직후 B씨의 합격을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 전 편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사정회의 당시 제출된 사정 대장에는 교무처장과 부총장, 총장 등의 사인이 없었다.

A교수의 도움으로 편입에 성공한 B씨는 A씨에게 1000만원을 줬다. 합격 이후에도 A교수의 도움을 계속됐다. B씨가 시험을 망쳐 과락 평가를 받자 A교수는 성적표에 실제보다 높은 점수를 적어 교무처 학적과에 제출했다. 심지어 시험을 안보고도 다른 학생의 시험지를 베껴 내 좋은 성적을 받기도 했다.

A교수의 범죄는 결국 꼬리를 밟혀 업무방해와 배임수재 혐의로 재판을 받게됐다. 돈을 건낸 B씨 역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A교수는 누구의 업무를 방해한 걸까? 원심은 A교수가 '대학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틀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영조물(공적시설)에 불과한 대학교 자체는 업무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편입학'은 '총장'의 업무이고, 성적평가는 '담당교수'의 업무라고 판단했다. 원심은 이를 모두 '대학교'의 일로 보고 A씨가 '대학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지만, 이를 구분해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누구의 업무인가'에 따라 배임수재죄 적용 여부도 달라진다. 배임수재죄는 다른 사람의 사무를 담당하는 자가 업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이익을 얻었을 때 성립한다. 죄를 적용하려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A교수는 편입학 담당자도 아니면서 청탁과 돈을 받았다. 대법원은 업무 담당자인 교무처장 등이 이를 몰랐다면 A교수와 B씨를 각각 배임수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교수는 편입학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도 않고, 이를 담당하는 교무처장과 과장은 A교수가 청탁과 돈을 받았는지 몰랐다"며 "A교수 스스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고 담당자들이 범행에 가담했다고 볼 수도 없어서 배임수재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도663 판결)

◇판결 팁='대학교'는 업무방해죄에서 업무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입학이라면 대학 총장, 성적이라면 담당 교수가 업무 담당자다. 배임수재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경우' 성립한다. 원칙적으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여야만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만약 타인의 업무를 처리하는 신분이 아니라면 신분 있는 자의 범행에 가담한 경우라야 주체가 될 수 있다.

◇관련 조항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하거나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정보처리에 장애를 발생하게 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제357조(배임수증재)

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제1항의 재물 또는 이익을 공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범인 또는 정(정)을 아는 제3자가 취득한 제1항의 재물은 몰수한다. 그 재물을 몰수하기 불가능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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