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권, 대통령·국회에 넘겨야 "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김종훈 기자 2017.06.27 10:22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김창현 기자

#대법관 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총 14명이다. 이 가운데 대법원장은 전원합의체 판결에만 참여한다. 법원행정처장을 맡은 대법관은 재판 업무를 맡지 않는다. 1년에 4만1000건(2015년 기준)에 달하는 상고심 사건 중 전원합의체로 넘어오는 사건은 극소수다. 나머지 대법관 12명에게 돌아오는 사건 수는 1인당 약 3000건에 달한다.

#지난 2015년 대법원은 상고법원 도입을 강력 추진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1인이 처리해야 할 사건이 너무 많아 사건을 심도있게 논의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국민의 재판권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무산됐지만 대법원은 아직 상고법원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넌센스"라고 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을 맡고 있는 임 교수는 꾸준히 사법개혁을 외쳐 온 인물이다. 임 교수는 "대법관 1인이 맡는 사건 수가 너무 많다고 하면서 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에서 배제하냐"며 "판결이 판사 본연의 업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임 교수는 대법원장은 사법행정권을 토대로 제왕적 지위를 누리는 자리가 됐고, 법원행정처는 이를 보좌하는 역할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지금 법원은 대법원장이 자신에게 집중된 행정권을 휘두르고, 법원행정처가 이를 보좌해 개별 판사들에게 지침을 내려보내는 식의 구조"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권력이 집중된 법원행정처는 소위 '엘리트 판사'들이 거쳐가는 '승진코스'로 자리잡았다"며 "능력을 인정받은 뛰어난 판사들에게 재판이 아닌 행정업무를 맡기는 게 인사 관행이 됐다"고 했다.

임 교수는 대법원이 말하는 '업무과중'을 해결하려면 하급심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 교수는 "실력있는 판사들을 대법원으로 뽑아올릴 게 아니다. 이들이 하급심에서 경륜있는 판결을 내려준다면 대법원에 올라가는 사건 수도 자연스럽게 줄지 않겠느냐"며 "법원행정은 행정공무원들에게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 교수는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대폭 축소하고 대법관을 뽑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 교수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없애고 이를 국회나 대통령에게 넘기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시행 중인 '사법평의회'를 모델로 제시했다. 이들 국가는 입법·사법·행정부에서 임명 또는 선출한 위원들로 사법평의회를 구성하고 대법관 인선을 맡긴다. 사법평의회는 헌법상 독립기구의 지위를 갖는다.

임 교수는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지명권도 없애야 한다고 했다. 임 교수는 "대법원장은 '선출된 권력'이 아닌 '임명된 권력'이라며 "임명된 권력이 최고재판소의 재판관을 지명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독일의 경우 헌법재판관 16명을 전부 의회에서 선출한다"고 설명했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사법부에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자는 주장인데,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임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임 교수는 "법원의 사법권이라는 것도 결국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이라며 "법관들이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사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얼마든지 국민이 나서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이어 "지금 개혁을 통해 손대려하는 것은 사법행정이지 재판이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법원의 독립침해, 사법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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