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관리업체, 아파트 소송비용 대납 가능할까?

위탁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 간 소송비용 대납 후 승소 뒤 반환받기로 한 약정은 무효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2017.06.28 06:05


하자소송을 진행할 경우에 대부분의 아파트에서는 선비용을 지급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하자소송을 진행하는 변호사에게 먼저 비용을 투입하도록 한 다음 추후 판결이 선고돼 상대방으로부터 금원을 받았을 경우 해당 비용을 지급하는 것으로 약정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가 아닌 제3자, 예를 들면 이 사건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아파트 위탁관리업체가 비용을 대납하고 추후 판결이 선고된 후에 소송비용을 반환받는 것으로 약정을 하는 것이 적법한지가 문제됐다.

변호사법에서는 변호사 아닌 자가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관여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변호사 아닌 자가 소송을 대리하는 것은 직역 침해 등의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위와 같은 약정은 가차 없이 무효로 보고 있다.

이 판결에서는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에서 금지하는 대리행위의 범위에 대해 확실히 했다. 본인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의 이름으로 법률사건을 처리하는 법률상의 대리뿐만 아니라, 법률적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 필요한 행위를 본인을 대신하여 행하거나,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본인을 위하여 사실상 사건의 처리를 주도하면서 그 외부적인 형식만 본인이 직접 행하는 것처럼 하는 등으로 대리의 형식을 취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대리가 행해지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려 하는 경우도 당연히 포함된다는 것이다.


또 이 사건에선 소송비용을 부담한 위탁관리업체가 명시적으로 소송 대리를 한 것은 아니었고 소송비용을 대납해 소송을 진행한 것이었음에도 이를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대리'라고 보았다. 또한 강행규정인 변호사법 제109조 제1호를 위반해서 소송을 대리하는 자가 소송비용을 대납하는 행위는 이익 취득 약정과 일체로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 위탁관리업체는 소송비용만을 대납한 것이 아니라 소송을 진행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받았다. 이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면 대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권형필 변호사는 주로 집합건물과 부동산 경매 배당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서 집필, 강의, 송무 등으로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경매·집합건물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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