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 대통령, '비선실세 있냐'고 묻자 '비참하다'고 해"

김성우 전 靑 홍보수석 "비선실세 존재 인정하는 취지로 받아들여" 박근혜 측 "진술 왜곡"

김종훈 기자 2017.06.27 17:28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참모로부터 '비선실세'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비참하다"고 대답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재판에서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조서 내용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2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김 전 수석 등과 회의를 했다. 당시는 언론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향한 의혹이 제기되던 때였다. 박 전 대통령과 비서진들은 재단 모금 경위 등에 대해 어떻게 해명할지를 논의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에게 "비선실세가 있느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참담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김 전 수석은 이를 두고 지난 2월 조사에서 "(비선실세의 존재를) 인정하는 취지였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이 같은달 20일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최씨 이야기가 나왔으나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전 수석은 "국민들에게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씀은 드렸지만 박 전 대통령이 따로 말씀이 없으셔서 언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 전 수석은 2015년 11월~12월 사이에 있었던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미르재단이 뭐냐. 문제없겠냐"고 묻자 안 전 수석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자발적으로 (자금을) 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김 전 수석은 이 전 실장이 "일해재단처럼 나중에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또 이 전 실장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르재단 이야기를 꺼냈다는 이유로 박 전 대통령에게 질책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특검이 진술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10월12일 회의는 안 전 수석이 국정감사에 나가기 전 답변할 내용을 준비하기 위해 민정수석과 홍보수석을 데리고 나온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이 '비참하다'고 한 건 '최씨는 나에게 그런 사람(비선실세)이 아니다'라는 의미에서 말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조서는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을 두고 비참하다고 말한 것처럼 작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나중에 우 전 수석도 불러내 그 자리에서 무슨 이야기가 있었고 왜 회의가 소집됐는지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