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보상이 쌈짓돈? 브로커 낀 '조직적 금품로비' 39명 적발

대학병원 의사·공단 직원 등 16명 구속 기소

양성희 기자 2017.06.28 12:00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산업재해보상 심사과정에서 조직적인 금품로비에 나선 브로커와 이에 응한 의사,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 직원 등 39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브로커 이모씨와 대학병원 의사 김모씨, 공단 직원 이모씨 등 16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나머지 17명은 불구속기소, 6명은 약식기소됐다. 로비과정에서 다리 역할을 한 병원 원무과장, 브로커에게 명의를 빌려준 변호사와 공인노무사 등도 기소자 명단에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산재보상 전문 브로커는 보상 지급액을 결정하는 장해등급을 높이기 위해 병원 원무과장과 의사, 공단 직원을 상대로 순차적인 로비에 나섰다. 

브로커는 산재지정병원 원무과장에게 환자를 소개받은 뒤 의사에게 장해진단서를 조작해달라고 요청했고, 공단에 산재를 신청하며 변호사와 공인노무사의 위임장 없이 "잘 부탁한다"는 청탁을 넣어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과정에서 변호사와 공인노무사 명의로 법인을 세운 기업형 브로커도 덜미를 잡혔다. 

산재병원 의사는 브로커의 요청대로 진단서를 써줬고 이를 심사한 공단 자문의사는 청탁 내용대로 장해등급을 매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공단 직원은 위임장 없이도 신청서를 접수해 사건처리 결과를 브로커에게 미리 알렸다. 

검찰은 이 같은 범행 구조를 바탕으로 브로커 16명이 모두 76억원 상당의 수임료를 불법으로 챙겼다고 결론 내렸다. 환자들이 지급받은 산재보상금의 20~30% 상당을 수수료 명목으로 받은 것이다. 

이들은 수수료의 일부로 의사와 공단 직원 등에게 수백만~수천만원대 뇌물을 건넸다. 검찰이 파악한 규모에 따르면 이 사건에 연루된 공단 자문 의사 5명은 모두 1억1500만원 상당을, 공단 직원 6명은 총 2억2500만원 상당을 받았다. 

12~14등급 장해의 경우 공단 자문 의사 1명이 심사하고, 신청서 접수 시 위임장 제출 여부를 전산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탓에 이 같은 구조적 범행이 가능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산재보상금이 보험료와 국가 예산을 재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검찰은 이 사건 피해자를 '국민'으로 봤다.

검찰 관계자는 "심사과정의 구조적 비리가 적발된 만큼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또 "국민 부담을 가중하고 공공의 신뢰를 훼손하는 부정부패 사범에 대해 앞으로도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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