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돈 보낼 때 수수료 아끼는 '꿀팁'

13년차 금융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자본시장' 이야기

김도형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7.07.19 05:0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몇 년 전 회사의 지원으로 1년간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우리 회사에서는 매년 몇 명의 변호사를 선발하여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필자의 선배는 1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야 하는 상황이었고, 상당한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필자는 선배로부터 남은 달러를 받는 대신 한국 계좌에서 선배 계좌로 수수료 한 푼 들이지 않고 당시 기준 환율로 계산한 원화 상당액을 보내주었다. 
이러한 거래를 통해 필자와 선배는 원-달러 교환으로 인한 환차손을 줄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 금융기관에 각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도 절약할 수 있었다. 이 금액이 도합 몇 십 만원은 되었던 것 같다. 이와 같은 고객의 니즈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영국의 '트랜스퍼와이즈'라는 회사는 국내와 해외 거주자의 수요를 모아 서로 연결해 줌으로써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심지어 해외로 돈이 오고 가지도 않는 외화송금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위 말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필자는 몇 년 전 '트랜스퍼와이즈'를 알고 나서 그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무릎을 탁 쳤다. 그럼 이런 외화송금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랜스퍼와이즈'라는 회사가 우리나라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까?

지금까지는 불법…앞으로는 합법

정답부터 말하자면 2017년 7월 18일 이전까지는 불법이고, 2017년 7월 18일부터는 합법이다. 과거 외국환거래법 상으로는 환전을 제외한 외국환 송금 등 외국환업무를 인가받은 금융회사만이 할 수 있었다. 연간 10조원이 넘는 개인 외화송금 시장에서 독점권을 줌으로써 외국환은행은 땅집고 헤엄치기식 영업으로 막대한 외환차익 및 수수료를 얻을 수 있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작년 말 외국환은행이 아니더라도 소액에 한해 외화송금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으로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하였고, 개정법은 2017년 7월 18일부터 시행 예정이다. 

세계 핀테크 투자규모는 2008년 10억 달러에서 2014년 120억 달러를 상회하는 규모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고, 일본의 경우에도 201년 4월부터 건당 100만엔 이하 송금은 금융청에 등록한 자금이동업체가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의 전 세계적인 변화가 외국환거래법 개정의 이유였다. 기획재정부는 새로운 외국환거래법 시행으로 핀테크(Fintech)와 같은 새로운 시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금융 산업 전반의 신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화에 대응하는 은행들…해외송금 수수료 확 낮춰

이러한 변화에 위기를 느낀 은행들도 변화하고 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글로벌 MTO(Money Transfer Operator), 해외 지점 또는 해외 법인을 이용하여 과거 1회당 몇 십 불씩까지 받던 해외 송금 수수료를 5000원 이하로 획기적으로 낮춘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2012년 미국 유학 당시 한국계 은행 L.A.지점에서 필자의 한국계좌에 있는 돈을 인출하려고 하자 미국 현지법인은 한국법인과 전산망을 공유하고 있지 않아서 돈을 인출해 줄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러한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이처럼 규제를 해소하고 독점적 권한을 축소하고 경쟁을 촉진시키자 기존 금융기관이 맨 먼저 변화하였고, 이로 인하여 금융소비자들이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자금세탁 등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시행

하지만 소액해외송금업이 자금세탁이나 해외자금 불법유출 등에 악용될 여지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책은 필수적이다.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에서는 소액해외송금업자에게 고객의 신원, 실제소유자, 금융거래 목적 등 고객정보 확인을 의무화하고 100만원(또는 미화 1000달러) 초과 송금시 송금인 · 수취인의 성명 · 계좌번호 등을 송금 받는 금융기관에게 제공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만일 고객의 금융거래가 불법재산이거나 자금세탁 또는 테러자금 조달로 의심할 만한 합당한 근거가 있을 경우 그 거래내역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새롭게 도입하였다. 또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법)에 따른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였으며, 다만 매 거래 시마다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 하에 타 금융기관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별도의 계약을 체결한다면 처음 금융거래를 개시할 때만 실명확인하고 그 다음 추가송금부터는 기존에 공유된 송금정보를 활용해 실명확인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의무부과가 예상보다 과도하여 소액해외송금업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핀테크 업체들의 진입을 사실상 막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으나, 자금세탁 등의 우려는 여전한 상황에서 외국환은행의 독점적 권한을 빼앗은 만큼, 이에 대한 대책 없이 무조건적인 소액해외송금업을 허용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할 것이다.

외국환은행이 아닌 일반 기업에게 해외송금업을 허용한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우리 금융당국의 위와 같은 우려와 고민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위와 같은 안전장치들은 반드시 필요한 합당한 조치이지 사업에 무리를 줄 정도의 과도한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소액해외송금업 허용조치는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어 규제완화가 핀테크 육성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명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도형 변호사는 한국증권법학회 이사, 금융보험법연구회 간사 등 금융·증권·자본시장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겸임교수(금융법실무)를 맡고 있다.

공유하기

1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