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친절한판례氏] "정리해고 반대" 파업은 합법? 불법?

정리해고 자체를 반대하기 위한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 부정 돼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7.07.19 05:04


‘정리해고 자체를 전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파업 등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A사는 2008년 유가급등과 경제위기에 따른 판매감소, 연구개발투자 부진에 따른 경쟁력 약화 등으로 심각한 재정상태에 빠져 2009년 2월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회생법원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전반에 걸쳐 실시하라’는 지침을 밝혔다. 이에 A사는 당시 근로자의 37%에 해당하는 2646명을 구조조정하는 등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노조는 사측의 노사협의 요청을 거부하고 ‘임금교섭 및 정리해고 분쇄’를 목적으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점거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시작했다. 노조 측은 한 명의 정리해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전제 아래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총고용 유지를 주장했다.

노조는 장기간 점거파업 등을 진행하면서 점점 과격해졌고 일부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 난입해 책상, 컴퓨터 등 사무실 집기를 훼손하고 화분 등을 가격하거나 쇠파이프를 휘두르면서 피해자의 등 부위를 발로 걷어차 상해를 가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A사 노조가 벌인 쟁의행위와 관련 업무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등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노동조합 지부장 등 노조원들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정리해고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해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비록 정리해고를 통해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며 “부당한 요구사항을 제외했다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쟁의행위란 파업·태업·직장폐쇄, 또는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사용자가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해 단체교섭을 거부했을 경우 노조는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의 적절한 절차를 거쳐 정당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다만 쟁의행위가 폭력 행사로 보일 만큼 과격하거나 정리해고 실시 그 자체를 반대하기 위한 쟁의행위는 형법에서 규정한 정당행위로 인정받지 못해 관련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판결팁=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정리해고 실시 자체를 반대하기 위해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정리해고 등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관련 조항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조(정당행위)
형법 제20조의 규정은 노동조합이 단체교섭·쟁의행위 기타의 행위로서 제1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한 정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용된다. 다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형법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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