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친절한판례氏] 이혼 전 "재산분할 안해" 약속…정말 한푼도 못 받나?

이혼 전 구체적인 논의없이 '재산분할청구 포기'…인정 안돼

박보희 기자 2017.07.24 05:0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이혼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을 나누자고 요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면 실제 이혼을 할 때 재산을 정말 단 한푼도 나눠가질 수 없을까?

A씨 부부는 10여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기로 했다. 배우자 B씨는 이혼을 전제로 A씨가 재산분할을 포기해 줄 것을 요구했다. A씨는 B씨의 요구에 따라 "청구인은 위자료를 포기한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서류를 만들었다.

서면을 작성하고 난 뒤 둘은 법원에 '협의이혼 의사확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달여 뒤 가정법원은 이들의 이혼을 확인했다.

이렇게 남남이 된 A씨와 B씨. 문제는 한 달 뒤에 벌어졌다. A씨는 변호사에게 수천만원 이상의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이를 몰랐던 A씨는 이제는 남이 된 B씨에게 화를 내며 자신 몫의 재산을 나눠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A씨가 이혼 전 작성한 '재산분할청구를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했더라도 재산을 나눠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혼을 하기도 전에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쌍방의 협력으로 형성된 재산액이나 쌍방의 기여도, 분할방법 등에 관해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고,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며 "비록 협의 이혼에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했더라도 이는 허용되지 않는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2015스451)

재산분할제도는 결혼을 한 부부가 서로 노력해서 쌓은 공동 재산을 정리하고 나누기 위한 제도다. 이혼을 하면서 생기는 재산분할청구권은 말 그대로 '이혼을 할 때' 발생한다.

또 협의나 심판에 따라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어떻게 나눠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범위나 내용이 불명확하기때문에 구체적인 권리, 즉 재산분할청구권 자체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협의나 심판에 따라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이혼을 하기도 전에 미리 포기할 수는 없다.

이혼을 하지도 않은 부부가 '협의 이혼을 하자'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한다'는 서면을 작성했어도 마찬가지다. 나눠야 할 재산 규모, 이 재산을 만드는데 서로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재산 분할은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 협의를 하고난 뒤 한 쪽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게 됐다는 등의 사정이 없다면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하다.

법적으로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는 허용되지 않기때문에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 '포기약정'이라고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결국 A씨는 B씨와 결혼 생활 동안 쌓은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재산을 쌓는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등에 따라 재산을 나눠가질 수 있다.

◇판결팁=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룬 공동재산을 정리하고 나누는 것이 목적이다.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할 때 발생하고 협의나 심판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범위나 내용이 불명확하기때문에 권리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이혼 전 미리 포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아직 이혼하지 않은 부부가 '협의이혼을 하자'며 합의하는 과정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는 서면을 작성한 경우, 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액, 이에 대한 서로의 기여도와 재산분할 방법 등에 관해 협의한 결과 부부 일방이 재산분할청구권을 포기하게 됐다는 등의 사정이 없다면 '재산분할청구권의 사전포기'에 불과할 뿐이다.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서의 '포기약정'이라고 봐서는 안된다.

◇ 관련 조항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①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③ 제1항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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