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폐업정리'…유류세 카드수수료는 '몽땅' 주유소가?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정재웅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2017.07.23 05:06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어느 날 출근하는 길에 보니 과거 문전성시를 이루던 주유소에 폐업정리 중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들리는 얘기에 유류세 때문에 문을 닫는다고 하는데, 도대체 유류세가 무엇이기에 성업을 이루던 주유소를 문 닫게 했는지 궁금했다. 우리나라 법률상으로 유류세라는 세목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원유 수입에 따른 관세,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유 등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 자동차 주행에 대한 자동차세 등을 모두 합해 유류세라고 부른다.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주유하고 내는 유류대금의 약 절반이 유류세에 해당한다.

법률상 유류세를 납부할 의무는 유류를 제조하여 반출하는 정유회사에 있다. 정유회사는 산유국으로부터 원유를 수입하여 정제한 후, 유류세를 국세청에 먼저 납부한 다음, 각종 비용과 이윤에 기 납부한 유류세를 가산한 공장도가격으로 유류를 주유소에 공급하고, 주유소는 정유회사로부터 유류세가 포함된 공장도가격으로 유류를 공급 받은 다음 이에 각종 비용, 이윤, 부가가치세를 가산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유류를 판매함으로써 유류세는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구조로 유류의 유통과 유류세 징수과정이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유류세는 법률상 납세의무자와 최종적으로 세금을 부담하는 담세자가 일치하지 않는 '간접세'로, 유류세의 법률상의 납세의무자는 정유회사이지만 그 실질적인 부담은 주유소 등 유통단계를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유류를 공급받고 그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유류대금을 결제할 경우, 주유소는 소비자의 신용카드 사용을 거부할 수 없는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고, 유류세가 약 절반이나 차지하는 유류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1.5~2.5%의 가맹점수수료를 주유소가 온전히 부담하고 있다. 

즉 유류대금 중 유류세가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주유소가 국가를 대신하여 소비자로부터 유류세를 징수한 후 정유사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에 납부함에도 불구하고 유류세에 대한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는 온전히 주유소가 부담하고 있어, 유류세 징수과정은 '수익자 비용부담의 원칙'에 반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위와 같은 유류세 징수과정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1차적으로 주유소가 유류세에 대한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부담을 떠안게 되고, 2차적으로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반면 국가는 신용카드 사용을 법으로 강제하고, 주유소로 하여금 국가의 유류세 징수사무를 실질적으로 대행하도록 함으로써 아무런 비용부담 없이 편하게 유류세를 징수하고 있다.

국가는 주유소가 실질적으로 국가의 유류세 징수사무를 대행하는 것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신용카드회사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주유소 홀로 부담하고 있는 유류세에 대한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 부분에 대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만 유류세 징수과정상 주유소 홀로 부담을 떠안고 있는 현재의 불합리를 개선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민의 유류사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국민이 신용카드로 국세를 납부할 경우 국가는 국세납부대행기관(사단법인 금융결제원)에 납부세액의 일정비율로 계산한 납부대행수수료를 지급하고 있고, 지방세의 경우에도 카드회사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가맹점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일정기간 동안 징수한 지방세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신용공여’ 방식을 통하여 카드회사의 손해를 보전해 주고 있다. 이와 비교해 보더라도 국가의 유류세 징수사무를 실질적으로 대행하고 있는 주유소에 대한 보상은 형평의 원칙상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는 각종 세금의 징수과정에 불합리가 없는지를 항상 살펴야 하고, 불합리한 면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당장 세수가 감소되는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과감하게 그 불합리를 개선해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의 조세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자발적인 협력을 얻을 수 있는 길이자, 우리나라가 조세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정재웅 변호사는 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 분야다. 그 동안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관세 등 전 세목에 걸쳐 다수의 조세쟁송과 자문사건을 수행했다. 강남세무서, 서대문세무서 등에서 외부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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