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판례氏] 檢 압수한 파일 분석 때 변호사 입회···왜?

대법원 "피압수자 참여권 미보장 땐 증거능력 불인정"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7.08.01 05:0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최근 방위산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압수수색한 검찰이 압수수색 디지털 매체의 자료 분석 과정에서 KAI측 변호사를 매일 입회시키고 있다. 이런 절차가 생긴 것은 이른바 '종근당 사건 판결'(2011모1839 전원합의체 결정) 때문이다. 디지털 증거와 관련해서도 분석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다.

지난 2011년 수원지검 강력부는 제약회사 종근당의 배임 혐의를 수사하겠다며 압수수색 영장(제1영장)을 발부받았다. 경영진 배임 혐의 관련이었다. 수원지검은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당시 회사의 저장매체엔 혐의와 관련된 정보와 무관한 정보가 혼재돼 있어 검찰은 종근당의 동의를 받아 저장매체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로 가져왔다.

이후 검찰은 종근당의 참여 아래 '이미징' 작업을 통해 여기 들어있는 '데이터 전부'를 통째로 복제했다. 검사는 복제한 저장매체 데이터를 종근당 측의 참여 없이 자신의 외장하드에 다시 복제하고, 유관 정보를 탐색하던 중 우연히 별건 혐의와 관련된 정보 등 혐의와 무관한 정보를 발견해 문서로 출력했다.

배임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검찰은 본래 영장을 발부받은 배임 혐의 외 약사법 위반이나 세금 문제 같은 것들을 들춰냈다. 동일 검찰청의 특수부 검사는 종근당의 참여권 등을 보장하지 않은 채 별건 정보를 소명자료로 제출하면서 강력부 검사실의 자료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제2영장)을 발부받았다. 그러자 종근당은 영장 발부가 잘못된 것이라며 법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제2영장 청구 당시 압수할 물건으로 삼은 정보는 제1영장의 피압수수색 당사자에게 참여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임의로 재복제한 외장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정보로서 그 자체가 위법한 압수물"이라며 "제2 영장에 기한 압수수색 당시 종근당에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하지 않았으므로 제2영장에 기한 압수수색은 전체적으로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범죄 관련 증거물을 압수수색할 경우 범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정보를 단지 같은 하드디스크에 저장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문서 출력하거나 USB로 복사해 수사하는 행위, 또는 단지 수사의 편의만을 이유로 하드디스크 전체를 복사하거나 출력하는 행위는 위법이므로 그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소리였다.

복제가 용이한 전자정보의 특성상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가 수사기관에 의해 다른 범죄의 수사의 단서 내지 증거로 위법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대법원은 "피압수자에게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 제129조에 따라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압수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 결정 때문에 디지털 정보의 증거능력을 갖추기 위해 검찰이 피압수자측 변호인을 입회시키는 절차가 마련됐다.

판례 팁= 압수수색을 당한 기업 입장에서는 디지털 전자정보의 경우 압수수색된 자료의 분석 과정에 변호인을 입회시켜 영장에 적시된 혐의와 관련된 내용을 열람하는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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