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코로 담배 피우게 한 행보관, 가혹행위 아니라고?

박찬주 대장 '공관병 갑질' 논란…군형법상 가혹행위 판단 근거는?

한정수 기자 2017.08.11 05:05

최근 공관병에 대한 '갑질' 논란 중심에 선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 검찰단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공관병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육군 대장)에 대한 군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그가 받게 될 형사처벌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국방부 중간 감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사령관은 그의 부인과 함께 공관병에게 손목시계 타입의 호출벨을 착용하게 하고, 칼로 도마를 세게 내리치며 위협하거나 뜨거운 떡을 손으로 떼어내게 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 검찰은 조만간 전역한 공관병들을 소환해 구체적인 피해 관련 진술을 받고 사실관계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박 전 사령관은 지난 7일 군 검찰에 소환되면서 "큰 물의를 일으켜 죄송한 마음이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박 전 사령관은 현직 군인 신분인 만큼 우선 군형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군형법 제62조는 직권을 남용해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이 혐의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일반 형법상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형법 제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군형법에서 말하는 '가혹 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 대법원은 "행위자 및 그 피해자의 지위, 처한 상황, 그 행위의 목적,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결과 등 구체적 사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그 행위가 교육목적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정당한 한도를 초과했는지 여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다.

그러나 군사법원과 대법원의 판단이 다른 경우도 있다. 그런 판례를 하나 소개한다. 

한 육군 부대의 행정보급관이었던 김모씨(59)는 소속 부대 병사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병사 A씨 등이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강제로 코로 담배를 피우게 하고, 강제로 금연에 도움이 되는 약초를 씹어먹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다른 사병들이 도로표지판을 흔들리게 박았다는 이유로 뜨거운 물이 담긴 종이컵을 발목 사이에 끼워두게 하거나, 사병들의 이마 사이에 뜨거운 물이 담긴 스테인리스 컵을 두게 한 혐의도 받았다. 

이에 대해 고등군사법원은 이 같은 행위로 인해 김씨가 피해자들에게 육체적 고통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군형법상 가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김씨가 금연을 강조하거나 훈계를 할 목적으로 이 같은 행위를 했다 하더라도 이 행위가 훈계의 목적달성에 필요하다거나 정당한 범위 내의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코로 담배를 피우게 하는 행위와 약초를 강제로 먹게 한 행위는 피해자들의 인격권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행위라고 평가되기 충분하다"며 "뜨거운 물이 담긴 컵을 이마 사이에 올려놓는 등의 행위로 화상 등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들이 느꼈던 정신적 압박이 크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군형법상 가혹행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2009도1166)

◇판결팁=박 전 사령관의 부인 전모씨는 군인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기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군형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박 전 사령관과 따로 일반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공무원 신분으로 취급되는 박 전 사령관과의 공모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직권남용 혐의도 적용받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폭행이나 모욕 등의 혐의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 조항

군형법

제62조(가혹행위)

① 직권을 남용하여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위력을 행사하여 학대 또는 가혹한 행위를 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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