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사가 대신 집도하는 '유령수술'은 관행? 사기?

[의사 출신 김대호 변호사의 의료와 법]

김대호 변호사·의사(로펌 고우) 2017.08.15 05:11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환자가 마취된 후에 원래 수술을 집도하기로 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을 시행하는 '집도의 바꿔치기'를 '유령의사 대리수술', 혹은 줄여서 '유령수술'이라고 부릅니다. 

또한 환자가 마취된 후에 PA(Physician assistant)라고 불리는 간호사가 의사 대신 수술을 하는 행위도 원래 예정된 의사가 수술을 하는 게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유령수술의 범주에 같이 넣기도 합니다.

이러한 유령수술은 도제식으로 기술이 전수되는 외과계열의 수련특성상 그간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면이 다소 있습니다. 어떤 환자도 경험이 없는 수련의에게 수술을 받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수련의를 교수의 수술에 참여시켜서 수술을 경험해 보도록 하지 않으면 외과의로서의 수련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수련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관행은 어디까지나 교수급 의사의 응급개입이 가능한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전문의의 교육을 위해서 필요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용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성형외과에서의 유령수술은 수련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의료계의 관행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사기로 보아야 할 것인지 문제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형사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민사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최근 민사판결이 나와서 크게 이슈가 됐습니다.   

아래에서는 우선 유령수술과 관련한 형사상, 행정상, 민사상 법률적 쟁점에 대해서 살펴본 후, 최근 민사판결이 이에 대해서 어떠한 결론을 내렸는지에 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형사상 문제, 상해죄 성립?

형법적으로 봤을 때 환자의 동의는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입니다. 즉 환자가 동의를 하면 칼로 환자의 신체를 자르고 일부를 절단하는 것도 위법성이 없는 행위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의사가 환자의 신체에 칼을 대어도 상해죄로 처벌을 받지 않는 이유는 환자로부터 동의를 받았기 때문인 것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의사라 하더라도 환자로부터 동의 받지 않은 행위를 하거나 동의범위 밖의 행위를 할 경우에는 상해죄 등에 해당하게 됩니다. 

이렇듯 환자의 동의는 의료행위의 적법성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받고 진지한 의사에 의한 동의여야만 합니다. 따라서 환자에게 동의를 받은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수술을 하거나, 의사에게 동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간호사가 수술을 한 경우, 그러한 동의는 완전한 효력을 인정하기가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론상으로는 수술자체가 형법상 상해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사기죄·의료법위반 성립 가능성은? 

사기죄란 타인을 기망하여 재산상의 이득을 취할 경우에 인정되는 범죄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중요한 사유를 숨기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기망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계약한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 또는 간호사가 수술을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수술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된다면 기망으로 진료비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의료행위는 의사만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은 전문의와 일반의가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구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가 성형수술을 하였다고 하여 불법의료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의가 수술을 집도하고 의료기록에 다른 전문의가 집도한 것으로 기록할 경우 의료기록의 거짓작성에 해당해 의료법 위반죄에 해당하게 되고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경우 의료기록을 직접 작성하지 않은 고용주의 경우에도 감독책임에 의해서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행정적 문제, 자격정지 될수도

‘유령의사’와 같은 행위는 의료법상 복수의 자격정지사유에 해당하게 됩니다. 
우선,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에 해당할 수 있으며(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 또한 간호사에게 수술을 시킨 경우에는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에 해당하고(동법 동조 동항 제5호), 수술을 한 의사를 다른 의사로 기록한 경우는 진료기록부등을 거짓으로 작성한 것에 해당하여(동법 동조 동항 제3호)에 해당하게 됩니다. 
 
간호사 역시 의료인의 범위에 포함되지만, 의료행위는 면허종별로 허락된 행위가 구분되기 때문에 의료인인 간호사라 하더라도 간호사의 면허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됩니다. 따라서 간호사에게 수술을 시킨 경우에도 역시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채무불이행, 불법행위로 인한 손배책임 

일반적으로 의료계약의 성격에 대해서는 위임계약으로 보고 발생하는 의사의 채무는 수단채무로 보고 있습니다. 수단채무란 결과채무에 대응하는 용어로서 원하는 결과를 꼭 얻지 못하더라도 결과를 얻기 위해서 최선의 수단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적인 의료계약에 비해 성형외과에서 하는 성형수술은 치료가 목적이 아니고 미용이 목적이므로 수단채무보다 결과채무의 성격이 더 강하게 됩니다. 따라서 원하는 결과 예를 들어 보톡스 시술일 경우에는 실제로 주름의 개선이 있었느냐의 면이 채무의 이행측면에서 강조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채무적 성격상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나 간호사가 시술하였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결과가 이행되었다면 민사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배상이 인정될 여지는 적어지게 될 것입니다. 반면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면 지급한 수술비가 손해배상대상이 될 것입니다. 

다만 환자는 자신의 동의없는 의사가 수술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심리적인 충격을 받았을 것이므로 그로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기로 인한 계약취소와 원상회복

형법상 사기행위와 같은 기망행위가 있을 경우 계약자체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전문의가 수술하는 것으로 기망을 당하여 체결한 계약을 취소하면서 이미 지급한 수술비를 원상회복청구로 반환 청구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 있어서 원상회복이란 환자 역시 자신이 받은 이익을 반환해야 하기 때문에 이미 지불한 가격에 상응하는 시술을 받은 경우에는 그만큼의 이익이 있는 것이 되어서 반환범위에서 서로 상쇄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신 민사법원의 판결과 그 의미

성형외과 유령수술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지난 7월21일 1심 판결이 있었습니다. 해당 판결에서 재판부는 성형외과에서의 유령수술이 의료계의 관행으로 인정될 수 없는 사기행위에 해당한다며 위법한 행위라는 점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는 민사법원이 최초로 유령수술의 위법성을 확인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해당 판결은 유령수술이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도 명확하게 적시했는데 이로써 형사적으로 상해죄가 성립할 가능성을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수에서 위자료 부분으로 5000만원을 인정하였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민사소송에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로는 고액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재판부가 유령수술의 위법성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해당 의사는 사기죄와 의료법위반죄로 기소돼 1심 형사재판도 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민사 1심 판결의 해석은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유사한 사례의 다음 번 기소에서는 검찰에서도 상해죄의 적용여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 1심판결에 불과하긴 합니다. 그러나 그 결론이 완전히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제 의사에게 유령수술은 민사소송은 물론 형사처벌과 뒤이어 이어지는 행적 제재로 의사면허의 존립자체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가 되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유령수술에 관여 하지 않도록 당부드립니다.


김대호 변호사는 공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중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여 의사자격까지 취득한 독특한 이력의 변호사이자 의사이다. 현재 로펌 고우의 공동대표변호사로서 주로 지적재산권, 스타트업 기업자문, 의료분야와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의료법 칼럼니스트로서 저술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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