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판례氏] 불법유출된 내 주민번호, 이젠 바꿀수 있다

대법원 "국가, 주민번호 유출피해 최소화위한 보완의무 있다"…법 개정으로 주민번호 변경 가능해져

황국상 기자 2017.08.16 07:31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내 개인정보는 공공재"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을 정도로 개인정보 유출은 심각하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활용한 보이스피싱 등 범죄도 문제다. 낯선 전화번호가 휴대폰에 뜰 때 광고성 전화인지 아닌지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에 필수적인 앱이 됐을 정도로 많은 이들이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직·간접적으로 입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려다가 행정관청으로부터 거부처분을 받고 소송을 제기한 시민들이 있었다. 대법원은 이 시민들의 손을 들어줬다(2017년 6월15일 선고, 2013두2945). 

A씨 등 3명은 네이트, 싸이월드, 옥션 등 홈페이지에서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노출된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2011년 11월 관할 구청에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주민등록번호의 불법유출의 경우 변경허용 사항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A씨 등은 각 구청의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행정법원에서의 1심(2012년 5월)과 서울고등법원에서의 2심(2013년 1월)에서 연속으로 패소했다. 원심은 "별도 입법 전까지 현행 주민등록법령에서 허용한 주민등록번호 정정 외에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심 판결이 나온 후 A씨 등은 곧바로 대법원에 상고를 신청했다. 이와 별도로 A씨 등은 2심이 진행 중이던 2012년 12월 어떤 이유에서든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일체 허용하지 않은 주민등록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2015년 12월 해당 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주민등록번호가 불법유출 또는 오·남용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 뿐 아니라 생명·신체·재산까지 침해될 소지가 크므로 국가는 그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주민등록번호 유출 또는 오·남용으로 인해 발생할 피해에 대해 아무런 고려 없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일체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이어 "비록 국가가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정보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더라도 여전히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하거나 수집·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미 유출돼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못한다"며 당시로부터 2년 후 시점(2017년 12월말)까지 주민등록번호 변경과 관련한 입법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도 변경도 잇따랐다.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생명·신체·재산에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사람이나 성폭력·성매매로 피해를 입은 이들 중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2차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사람에 대해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가능케 하는 조항이 2016년 5월에 신설돼 올해 5월말부터 시행된 것이다. 

이 조항(주민등록법 제7조의4조)은 소급효까지 인정해 법 시행 이전에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까지 적용된다.

지난 6월15일 대법원은 A씨 등 원고패소 취지의 원심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A씨 등이 최초로 소송을 제기한 시점으로부터는 5년5개월만이다.

대법원은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된 경우 주민등록번호가 다른 개인정보와 연계돼 각종 마케팅 광고에 이용되거나 사기·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는 당 사회적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민등록법령상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이 없다거나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따른 사회적 혼란 등을 이유로 위와 같은 불이익을 피해자가 부득이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는 것은 피해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국가로서는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 그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일률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할 것이 아니라 만약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둬서 이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A씨 등이 제기한 소송은 지난 7월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으로 넘어갔다. 현재(2017년 8월15일 기준)으로 파기환송심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관련조항
주민등록법 제7조의4조(주민등록번호의 변경)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추어 주민등록지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1.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로 인하여 생명·신체에 위해(危害)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2.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로 인하여 재산에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3.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로 인하여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제6호에 따른 피해아동·청소년
나.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3호에 따른 성폭력피해자
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제4호에 따른 성매매피해자
라.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제2조제5호에 따른 피해자
4. 그 밖에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② 제1항 및 제4항에 따른 신청 또는 이의신청을 받은 주민등록지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7조의5에 따른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에 주민등록번호 변경 여부에 관한 결정을 청구하여야 한다.

③ 주민등록지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7조의5에 따른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로부터 주민등록번호의 변경 결정을 통보받은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신청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지체 없이 변경하고 이를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④ 주민등록지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7조의5에 따른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로부터 주민등록번호의 변경 결정 이외의 결정을 통보받은 경우에는 그 사실과 사유를 그 신청인에게 통지하여야 하며, 이의가 있는 신청인은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그 주민등록지의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에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⑤ 제1항부터 제4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주민등록번호의 변경 신청, 변경 결정 청구, 변경 통보, 이의신청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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