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 다치자 "왼손 있잖아"…착취받는 외국인근로자

[Law&Life-무너진 코리안드림 ②] 외국인근로자 부당대우 백태

김종훈 기자 2017.08.18 07:54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2013년 입국한 미얀마인 A씨(39)의 건설사 취직은 시작부터 문제였다. 회사 측은 '현장 반장에게 항의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강요했다. A씨가 근로계약서에만 서명하고 각서엔 손을 대지 않자 회사는 "미얀마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A씨가 "신고하겠다"고 맞서자 회사는 사직서를 내밀었다. 

회사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회사는 A씨의 첫 월급을 18만원이나 깎아 90만원만 지급했다. 근로계약서에 적힌 A씨의 기본급은 108만원이었다. A씨가 "월급 내역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회사는 거절했다.

A씨가 쉴 수 있는 날은 한 달에 이틀뿐이었다. 회사는 일할 만한 날씨다 싶으면 그마저도 쉬지 못하게 했다. 오른손을 다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회사는 "왼손이 있지 않느냐"며 A씨에게 쓰레기 치우는 일을 시켰다.

퇴사할 때 쯤엔 마지막 월급이 평소보다 50만원 적게 들어왔다. 회사에 따지자 "밥값, 방값을 제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임금명세서를 안 줘서 식대나 기숙사비를 얼마나 부담하는지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4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 건설업에 종사한 베트남인 B씨(38)도 이에 못지 않은 일을 겪었다. 회사는 고용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형식적인 근로계약서를 제출한 뒤 B씨에게 이면계약서를 쓰자고 요구했다. 새 계약서는 온통 한국어였다. B씨는 내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회사는 별다른 설명 없이 "괜찮으니까 그냥 사인하라"고 했다. B씨가 이면계약서를 달라고 했지만 회사는 주지 않았다. 

이면계약서는 퇴사 과정에서 골칫거리가 됐다. B씨가 퇴사 후 연차수당을 청구하자 회사는 거절하면서 이면계약서를 들이댔다. 알고 보니 이 계약서엔 '연차수당은 임금에 포함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회사는 "이의를 제기하면 임금을 다시 정산하겠다"고 겁을 줬고 B씨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B씨는 "회사가 현장 외국인 근로자 120명의 임금을 3~4개월이나 체불한 일도 있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건설업 종사 외국인 근로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건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 3명 중 1명은 A, B씨처럼 임금을 빌미로 회사의 횡포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이 된 외국인 근로자 339명 가운데 36.9%가 '임금체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임금체불 경험자 중 39.3%가 1개월에서 최장 3개월까지 임금을 체불당해본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이 1년 이상 체불된 사례도 5.1%나 됐다. 또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느냐'는 물음에느 조사대상 중 36.8%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나머지 근로자 중에서도 14.6%가 '근로계약서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다.

건설업 외 다른 직종도 사정은 비슷했다. 올해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해 지방의 한 원단 공단에서 근무 중인 방글라데시인 C씨는 매월 80만원의 임금을 체불당하고 있다. 회사가 월급으로 260만원을 주기로 해놓고 실제론 180만원만 주고 있다고 했다. C씨는 "밤낮으로 일해 가족에게 돈을 보내주기도 바쁘다"며 신고는 생각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2015년 입국해 가구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인 D씨는 공장 사장과 아들에게 3번이나 폭행을 당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한국어를 몰라 고소 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다. D씨가 공장을 옮기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사장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섹알마문 이주노동자조합 수석부위원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아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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