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수사' 이인규 전 중수부장 "미국도피 아니다"

황국상 기자 2017.08.16 16:17
고 노무현 대통령 수사를 맡았던 대검찰청 중수부장 출신 이인규 변호사(59·사진)가 2009년 이후 줄곧 몸담았던 로펌을 사직하고 미국으로의 출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해외도피'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16일 법조 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로펌을 그만 둔 것은 경영진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미국에는 가족을 만나러 다녀올 생각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본인이 국가정보원의 '논두렁 시계 보도'와 관련한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도피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경기 용인 출신으로 서울 경동고,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4기를 수료한 후 1985년 서울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2009년까지 24년간 검사로 지냈다. 

법무부 검찰과장, 서울지검 금융조사부장,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등을 거쳐 2009년에는 대검 중수부장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맡았다. 이 변호사는 2009년 5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개월 반 만인 같은 해 7월 사표를 내고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이 변호사가 사직한 시점은 지난 6월 말로 바른에 합류한 지 만 8년 만이다. 그가 사직한 시점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이하 국정원 TF)가 '논두렁 시계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때와 거의 일치한다. '오비이락' 격이다.

'논두렁 시계 사건'이란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 2점을 노 전 대통령이 수사망이 좁혀 오자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는 일련의 보도와 관련한 건이다. 이 보도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여론을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노 전 대통령도 해당 보도가 처음 나온지 10일 뒤에 세상을 등졌다.

이 변호사는 검찰을 사직한 지 6년 만인 201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논두렁 시계 사건'의 보도는 국정원이 주도한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변호사의 이같은 발언은 국정원 TF가 과거 정부에서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한 사실을 증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변호사는 국정원 TF의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출국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그는 언제 복귀해 당시 발언에 대해 소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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