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가상화폐 잡아라…檢, '코인'과의 전쟁

가상화폐 붐 일자 전국서 사기 기승…규제장치 마련 시급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7.08.20 05:10


검찰이 '코인'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가치가 급등하자 '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한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검찰은 각종 유사 화폐 유통조직들에 대해 전방위 수사에 착수했다.

20일 사정당국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최근 가상화폐를 빌미로 돈을 끌어모으는 사기 조직들에 대해 각 지방검찰청을 통한 집중 단속에 나섰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각 관할 검찰청에 사건을 배분해 혐의점이 있을 경우 지역별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진도가 가장 빠른 청주지방검찰청은 금감원이 수사의뢰한 가상화폐 '원코인' 관련 판매조직 관련 수사를 이달 중 마무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금감원 수사의뢰와 자체 인지수사 등으로 현재 원코인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 중"이라며 "이달 중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 지검 역시 독자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코인은 지난 2015년 가상화폐 붐이 일면서 전세계적으로 유행한 이른바 '유사 코인' 가운데 하나다. 독일 원라이프사가 개발했다고 알려졌지만 공식 사이트에 원코인의 사업구조는 전혀 나와 있지 않다. 공개된 건 참여자가 돈을 내면 그만큼 원코인을 지급받고,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를 데려와 여기 돈을 내게 만들면 그 투자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방식이라는 것 뿐이다. 전형적인 다단계 방식이다.

투자자는 특정 사이트에 접속해 매일 변동하는 원코인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달리 정작 이를 이용해 물건을 구입하거나 현금화할 수는 없다. 사실상 화폐로서의 기능이 없는 셈이다. 현재 빗썸과 코빗, 코인게코, BITFNEX, BTC-e, POLONIEX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선 원코인을 취급하지 않는다. 다른 가상화폐로도 환전이 불가능하다.

원코인 운영사 측은 '딜셰이커'라는 자체 쇼핑몰을 통해 원코인을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당국은 밝혔다. 김상록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 팀장은 "보석에서 부동산까지 다양한 물품을 올려놨지만 실제로 구매가 불가능하다"면서 "사실상 화폐가 아닌 개념을 가지고 가상화폐 붐에 힘입어 돈을 끌어모으는 시도"라고 말했다.


원코인을 구입한 사람들이 환전에 실패하면서 피해가 속출하자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에 원코인을 수사의뢰했다. 유사수신과 방문판매법 위반, 사기 혐의가 의심된다는 것이다. 대검은 각 검찰청에 사건을 배분해 내려보냈다. 금감원에 신고된 유사수신 관련 사건수는 지난해 65건에서 올해 76건으로 17%가량 늘었다. 2015년 이후 가상화폐 신고건수는 44건에 이른다. 

가상화폐를 가장한 유사수신 관련 피해 규모는 날로 불어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 기소된 주요 가상화폐 관련 범죄액수는 드러난 것만 수천억원에 이른다. 지난해엔 '코인을 구입할 경우 약 3개월만에 8배로 가치가 상승하고 쇼핑몰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며 다단계 수당을 지급해 주겠다'고 속여 총 1700억원 상당을 편취한 일당이 구속 기소됐다. 

검찰 관계자는 "가상통화를 악용한 다단계 사기범행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이른바 '코인'을 미끼로 한 범행은 여전히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뉴욕주는 당국의 인가를 받은 자 이외에는 가상통화와 관련된 어떠한 영업활동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자금융거래법 제2조 제15호에 전자화폐의 정의와 요건만 규정돼 있을 뿐 사실상 아무런 규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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