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불법사찰 피해자에 준 배상금, 가해자가 토해내라"

황국상 기자 2017.08.17 21:59

이영호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비서관 / 사진제공=뉴스1



이명박 정부 시절 민간인을 상대로 자행된 불법사찰 피해자에게 국가가 지급한 9억1200여만원 중 70%의 책임은 당시 사찰을 실제 담당했던 공무원들이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47민사부(부장판사 최기상)는 정부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이인규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등 6명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이영호 전 지원관 등에게 총 6억4000만원을 국가에 지급하라고 17일 판결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이영호 전 비서관은 2억2400만원, 이인규 전 지원관은 1억6000만원씩을 각각 국가에 물어줘야 한다. 이외에도 전직 고용노동부 공무원, 전직 경찰 등도 국가가 민간사찰 피해자에 물어준 배상금을 토해내게 됐다.

이 전 비서관 등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희화화하는 포스팅을 올린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반(反) 대통령, 반 정부 여론확산 움직임 차단' 차원에서 내사해 엄중 조치하기로 본격 내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김 전 대표가 동영상을 게시한 경위는 물론 회사자금 횡령여부, 촛불집회 자금원인지 여부 등을 내사했다.

나아가 이들은 김 전 대표가 KB한마음대표를 사직하게 하고 김 전 대표가 보유하던 KB한마음 지분 75%를 헐값에 타인에게 넘기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 전 비서관 등은 김 씨에 대한 강요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됐다.

이에 정부가 지난해 5월 김 전 대표에게 9억1200여만원을 배상했고 이 전 비서관 등에게 이 9억12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이 전 비서관 등의 행위는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로서 국가배상법에 의해 국가가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전 비서관 등 피고들의 책임을 70%로 인정했다. 이 전 비서관 등이 공직윤리비서관실 차원에서 조직적·체계적으로 김 전 대표를 압박하고 이같은 민간인 사찰이 공직윤리비서관실 신설과정에서부터 기획됐다는 점 등을 비춰볼 때 그 책임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재판부는 "정부가 국가기관으로서 피고들에 의해 불법행위의 매개체로 전락하지 않도록 예방하거나 방지하기 위한 조치나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피고들에게 불법행위 책임을 전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견지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가가 이미 김 전 대표에게 지급한 9억1200만원의 배상금 중 30%는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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