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검거 공작비 빼돌린 국정원 직원…法 "해임 정당"

김종훈 기자 2017.08.19 15:47


/사진=뉴스1



간첩 검거에 쓰라고 준 공작비를 횡령했다가 해임된 국가정보원 직원이 해임 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전직 국정원 직원 A씨가 "해임과 징계부가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국정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국정원 수사관으로 근무하던 2015년 7월 감찰 대상이 됐다. 약 2년 간 위장 탈북자와 남파간첩 검거에 써야 할 공작비를 포함해 6700만원의 예산을 유용한 점이 드러난 것. 국정원은 A씨를 징계위에 넘기면서 엄벌을 요구했고, 징계위는 A씨를 해임하고 횡령액수만큼 징계부가금을 부과한다고 의결했다. A씨는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 A씨는 국정원이 오해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먼저 '공작원에게 공작금을 전달했다면 은행인출내역이 남아야 하는데 없다'는 지적에 대해 A씨는 "공작금을 인출하기 불편해서 원래 갖고 있던 현금을 보태 건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상당한 수입이 있어서 현금 보유량이 넉넉했다. 공작원과 신뢰가 두터워서 영수증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보수집비를 빼돌려 무술 스승에게 생활비로 지급한 점에 대해선 "정통 고급 기예를 전수받아 후배들에게 전수할 목적이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A씨의 경제적 상황과 각종 자료를 종합했을 때 A씨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급여의 상당 부분을 압류당한 상태였고, 자녀에게 정기적으로 유학금을 보내야 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다"며 "월말이 되면 A씨 계좌의 잔고가 거의 소진됐다가 월초에 공작금이 입금되면 다시 인출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공작원에게 1400만원을 지급한 적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작관은 당시 A씨가 공작원에게 450만원을 지급하는 모습만 봤다고 진술한다"며 "A씨는 백지 여러장에 공작원들의 서명을 받아놨다가 필요할 때마다 임의로 영수증을 작성, 출력해 제출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는 공작금을 개인재산과 섞어서 보관하면서 공작금 지출을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서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아무런 자료도 남기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A씨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예산사용이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는 점을 이용해 공작금을 유용하고 허위 영수증까지 작성했다"며 "A씨의 비위가 중대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임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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