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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업무상 재해로 출근 못해도 연차수당 받을까?

황국상 기자 2017.08.30 05:05
2014년 9월 통상임금 소송지원단 발족 기자회견이 열린 전북 전주시 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민주노총전북본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전주전북지부 회원들이 노동자들의 통상임금 해결을 위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통상임금이란 근로기준법이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해고예고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임금을 말한다. /사진제공=뉴스1

근로자가 법에서 정한 연차휴가를 다 쓰지 못하면 미사용 부분만큼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이하 연차수당)을 받을 수 있다. 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다. 그럼 업무상 재해로 1년 내내 출근하지 못한 근로자의 경우는 어떨까? 아예 출근을 안 했으니 당연히 연차도 전혀 쓰지 않았을텐데, 이 경우에도 연차수당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 놓인 근로자라도 법이 정한 연차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판례(대법원 2017년 5월17일 선고, 2014다232296, 2014다232302(병합))가 있어 소개한다.

A회사 소속 근로자였던 B씨는 업무상 재해로 2000년 12월부터 2012년 7월까지 무려 11년 8개월 동안 출근을 하지 못했다. B씨는 2009~2011년간 본인이 사용하지 못한 연차에 대한 연차수당을 지급해줄 것을 A사에 요청했다. 

A사는 '근로자가 1년 전체 기간을 출근하지 않을 경우 연차휴가를 부여하지 않거나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이유로 들어 연차수당 지급을 거부했다. B씨는 법원에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며 재판을 걸었다.

원심은 A사의 주장이 옳다고 봤다. 원심 재판부는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할 해당연도에 전혀 출근하지 않은 경우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내용은 유효하다"며 B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연차휴가, 연차수당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이전 판결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유급휴가)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도록 하고 근속기간이 늘어날수록 사용가능 연차일수도 늘릴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또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질병으로 휴업한 기간 △임신 중 여성이 출산이나 유·사산으로 쓰는 휴가 등에 대해서는 근로자가 출근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질병 등으로 휴업한 기간을 출근한 것으로 규정한 것은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가 없었을 경우보다 적은 연차휴가를 받는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휴업한 기간은 그 기간이 길든 짧든 소정근로일수와 출근일수에 모두 포함시켜야 하고 설령 그 기간이 1년 전체에 걸치거나 소정근로일수 전부를 차지한다더라도 달리 볼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 등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연차휴가를 사용할 해당연도에 전혀 출근하지 못한 경우라 하더라도 이미 부여받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데 따른 연차휴가수당은 청구할 수 있다"며 "이같은 연차수당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지적했다.

◇관련조항
제15조(이 법을 위반한 근로계약) 
① 이 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⑥ 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을 적용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간은 출근한 것으로 본다.
1. 근로자가 업무상의 부상 또는 질병으로 휴업한 기간
2. 임신 중의 여성이 제74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휴가로 휴업한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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