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미친 변호사, 로펌 때려치우고 결국…

열혈 축구팬 이종권 변호사, 한국프로축구 연맹 홍보팀 대리로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7.08.25 10:41

프로축구연맹 홍보팀 소속 이종권 변호사/ 사진=임성균 기자

"아니, 변호사가 왜…."

이종권 변호사(32·사진)가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얘기다. 그는 올 1월 경력 공채를 통해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에 입사, 현재 홍보팀 대리로 일하고 있다. 변호사가 축구연맹에, 그것도 법무팀도 아닌 홍보팀이라니. 주변에서 의아해 할만하다. 


이 변호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열혈 축구 팬'이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보는 것도, 직접 뛰는 것도 좋아했다. 동대문운동장이 있던 시절부터 축구장을 드나들며 경기 관람을 즐겼다. 로스쿨에 진학한 뒤에도 그의 축구 열정은 식지 않았다. 전국 로스쿨 축구대회에 출전해 자신이 소속된 연세대 로스쿨의 준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오랫동안 축구와 인연을 맺다 보니 단순한 팬을 넘어 행정과 산업의 측면에서 축구를 보게 됐어요. 로스쿨 졸업 후 법무법인에서 2년 정도 근무하다가 연맹에서 변호사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지원했죠." 축구연맹이 공채에서 변호사를 뽑은 것은 이 변호사가 처음이다. 


그의 업무 분야는 소송대리, 계약서 검토, 규정 검토, 선수와 구단에 대한 법률상담과 미디어 응대, 홍보 콘텐츠 생산까지 아우른다. "제가 변호사인 만큼 법률적으로 문제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을 하면 상대방도 좀 더 신뢰를 갖고 대하는 것 같아요."


지난 7월 축구연맹은 '비디오 판독'(VAR: Video Assistant Referees) 시스템을 리그에 처음 도입했다. 이에 따라 총 8개의 카메라가 심판들의 눈이 돼 축구 경기를 지켜보며 판정에 도움을 주게 됐다. 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법적 자문과 계약서 검토를 이 변호사가 맡았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으로 종전보다 오심이 크게 줄었다는 평가에 이 변호사는 보람을 느낀다. 이 변호사는 "과거의 사건을 다루는 소송 업무와 달리 K리그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거나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은 창조적이어서 더욱 매력적"이라고 했다.


현 FIFA(국제축구연맹) 사무총장인 지아니 인판티노 등 전세계 스포츠를 이끄는 인물들 가운데 상당수가 변호사 출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변호사를 찾기 어렵다. 이 변호사는 스포츠 분야로 진출하고 싶어하는 변호사들에게 '중개인'이 돼 볼 것을 권했다.


지난해 FIFA의 공인 에이전트 제도가 폐지되고 생긴 중개인은 선수와 구단 양측의 협상을 대리하는 역할을 한다. 축구연맹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중개인은 86명이며 지난해 4월1일부터 올 3월30일까지 총 중개계약 건수는 303건, 총 중개수수료는 약 32억원에 이른다. 다른 종목에선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지만, 중개인 제도가 있는 축구 업계에선 변호사들의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지금은 선수 본인 또는 민법상 대리인이 연봉, 이적협상 등을 하고 있지만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들이 이쪽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보다 자세한 계약 검토가 가능해지고 선수와 구단 양측의 갈등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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