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낳은 자식'과 상속

[고윤기 변호사의 상속과 유언 이야기]

고윤기 변호사(로펌고우) 2017.09.20 05:20
지난 5월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 갤러리에서 열린 홀트아동복지회 주최 '제11회 입양가족 사진-동영상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입양가족들의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입양가족 사진·동영상공모전은 입양부모가 직접 사진·동영상을 제작하여 응모하는 공모전으로, 5월 전시에서는 대상을 포함 사진 10점, 동영상 10점, 총 20점이 공개됐다. /사진제공=뉴스1

매년 연말이 되면 제가 꼭 방문하는 사진전이 하나 있습니다. 사진작가 조세현 님의 ‘천사들의 편지’라는 사진전입니다. 스타와 유아(乳兒)들이 함께 사진을 찍어 갤러리에서 전시를 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모두 장애가 있는 고아입니다. 누군가에게 입양되기를 기다리는 아이들이지요. 실제로 사진에 나온 아이들은 장애가 있음에도 대부분 입양이 된다고 합니다. 조 작가님은 15년 째 이 사진전을 열고 계신데요, 저는 전시회에 갈 때 마다 많은 것을 느끼고 옵니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양에 대한 선입관을 없애보려고 만들어 낸 말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해외로 입양 보내집니다. 이런 오명을 씻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우리나라에서 입양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의 반대 편에는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편견이 심합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 고리가 약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연결 고리를 강하게 키우는 것은 서로의 유대, 애정 이런 것들입니다.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지요. 양자와 양부모 간에는 이 고리가 친부모의 그것보다 약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애정을 가지고 서로 노력해야, 이 연결고리를 강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 고리는 인위적으로 끊기는 경우도 있고, 자연스럽게 끊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쪽 당사자가 사망하면 부모 자식 간의 연결고리는 자연히 끊기고 상속의 문제가 남습니다. 친부모 자식과 마찬가지로 양자와 양부모 간에도 상속의 문제는 발생합니다. 양자도 법률상 자식이기 때문에, 당연히 양자는 양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법률상 양자에게  상속과 관련한 차별은 없습니다. 양자는 입양되지 않은 다른 형제자매들과 상속순위는 물론 상속분도 동일합니다. 

그럼 비록 다른 집에 양자로 왔지만, 친부모가 존재 하는 경우, 친부모와의 상속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우리 법에는 별다른 규정이 없고, 대법원은 친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양자의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양자로 입양돼도, 친부모와의 연결고리는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양자는 친부모와 양부모 양쪽의 재산을 모두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상속분도 동일합니다. 친부모와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법정상속분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05년도에 신설된 친양자(親養子) 입양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이 제도는 양자를 부부의 혼인 중의 출생자로 간주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양자와 양부모와의 연결고리를 처음부터 친부모와의 연결고리처럼 강하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친양자는 친자식과 동일하게 부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가족관계등록부에도 친자식으로 기재됩니다. 즉 양자가 양부모의 친자녀로 출생한 것으로 다루어지는 것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만 보아서는 이 사람이 양자로 입양된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통 입양을 하는 경우보다 더 까다로운 절차와 요건이 필요합니다. 

친양자 입양의 경우에는 양부모와의 연결고리는 강화되지만, 친부모와의 연결고리는 완전히 단절됩니다. 친양자로 입양된 사람은 친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습니다. 그럼 친양자가 친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방법은 전혀 없을까요? 만약 친양자 입양 후에 친부가 자녀를 인지(認知)한다면 부모 자식 관계가 인정되어 상속이 가능한건 아닐까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친양자 입양이 된 경우, 친부모와의 관계는 완전히 단절됩니다. 당연히 친부가 자녀를 인지할 수도 없고, 반대로 자녀가 친부에게 인지청구소송을 제기할 수도 없습니다. 그 결과 친양자가 된 사람은 친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습니다. 

변호사로 일하면서 양자와 양부모간의 연결고리를 끊는 행위, 파양(罷養)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파양의 과정에서는 양당사자가 모두 상처를 받습니다. 법적으로는 연결고리를 끊어 버리지만, 같이 한 세월의 기억만큼은 끊어버리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물론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입양은 신중하게 해야 하고, 파양을 하려면 더욱더 많은 고민을 했으면 합니다. 


고윤기 변호사(ygkoh@kohwoo.com)는 로펌고우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상속, 중소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00인 변호사,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할 법률이야기’,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강연(법무부)’의 공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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