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거대정당'에게만 유리하다?

김광민 변호사의 '헌법 파헤치기'

김광민 변호사(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 2017.09.19 05:20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헌법 제41조
①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
②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
③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헌법은 국회의원 선출방법의 대강만을 규정하고 나머지 사항은 법률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선거의 자세한 부분은 공직선거법을 통해 규정된다. 선거권은 모든 국민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 19세 이상인 국민들에게만 부여된다(공직선거법 제15조). 국회의원의 정수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하여 300명이다(동법 제21조 제1항). 이 중 지역구는 253명이고 비례대표는 47명이다(동법 제25조 제3항에 따른 별표 1).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정당과 후보에 각각 한 표씩 두 표를 행사한다. 후보에 대한 투표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선출을 위한 것이고 정당에 대한 투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선출을 위한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한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한 1명이 당선된다. 한국은 하나의 선거구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동법 제21조 제2항).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정당투표의 결과에 따라 배분된다. 하지만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득표율에 따라 모든 정당에 배분되는 것은 아니다. 정당투표의 유효투표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하였거나 지역구국회의원을 5명 이상의 배출한 정당에게만 득표비율에 따라 47개의 의석이 배분된다(동법 제189조). 이를 봉쇄기준이라 하는데, 정당의 난립으로 인한 국정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그런데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비율에서 특이한 현상이 발견되고는 한다. 두 의석비율 간 큰 폭의 차이가 나타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 소속 후보자를 선출했다는 것을 뜻한다. 정당보다 후보자 개인의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면 소속 정당에 개의치 않고 인물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가 정당정치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가볍게 지나칠 문제는 아니다. 정당에 소속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의정활동을 함에 있어 소속 정당의 정강과 정책에 큰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지역구 국회의원도 공약이 소속정당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문에 국회의원을 선출할 때 후보자의 공약과 경력, 능력보다 오히려 소속 정당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지난 2016년에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는 특히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비율 간 차이가 컸다. 제20대 총선에서 정당별 득표율은 새누리당이 33.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국민의당 26.7%, 더불어민주당 25.54%, 정의당 7.23%, 기독자유당 2.63% 순이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봉쇄기준인 3%를 적용해서 300명의 의석을 배분해 보면, 새누리당이 108석, 더불어민주당 83석, 국민의당 86석, 정의당이 23석이 된다. 

반면 제20대 총선에서 각 정당이 실제로 얻은 의석수는 새누리당 122석, 민주당 123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이었다. 정당득표율에 따른 계산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각각 14석과 40석이나 더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각각 48석과 17석씩 적은 의석을 확보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산출된 의석수 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한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122석과 123석을 확보한 거대정당이었다. 반면 정당득표율에 미치지 못한 의석을 확보한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38석과 6석에 그친 소규모 정당이었다. 거대정당이 지지율 보다 많은 의석을 가지는 현성은 매 총선 때마다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는 현재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거대정당에 유리하게 설계되어있다는 것을 뜻한다.

거대정당이 지지율 보다 많은 의석을 가지게 되는 원인은 비례대표 의석이 47석으로 매우 적다는 것과 선거구 당 1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에서 찾을 수 있다.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이다. 만약 내가 선택한 후보가 낙선된다면 지지후보를 당선시킬 기회는 다시 4년을 기다려야 얻을 수 있다. 유권자에게 국회의원 선거는 한 번의 투표로 4년이 좌우되는 매우 비싼 선택이다. 그런데 소선거구제에서는 당선자 한 명을 제외한 다른 모든 후보자의 득표는 사표가 된다. 국회의원 선거의 4년이라는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유권자가 지지율이 낮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선거의 높은 기회비용은 유권자로 하여금 지지후보가 아닌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선택하게 만든다. 때로는 심지어 당선이 아닌 낙선을 위해 투표하게 만들기도 한다. 유권자는 선택하고자하는 후보의 지지율이 1위가 아닐 경우 사표가 되더라도 소신대로 투표할 것인지 아니면 당선될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 때 당선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후보가 있다면 선택은 왜곡되기 쉽다. 지지율이 낮은 후보에게 투표권을 행사하여 낙선을 바라는 후보의 당선가능성을 높이느니 차라리 지지하지는 않지만 당선 가능한 후보를 선택하여 싫어하는 후보를 낙선시키는 전략이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후보나 누군가를 낙선시킬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후보는 대부분 거대정당 소속이다. 때문에 소선거구제에서는 거대정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후보자의 개인적 소양이 뛰어나다면 소속정당에 대한 지지와 상관없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대정당 후보가 정당지지율 보다 많이 당선되는 것은 후보 개인의 소양 보다는 소선거구라는 제도적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어 구성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반영하여 운영되기를 바라기 어려운 것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국회가 국민의 뜻과 다르게 구성되는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대표적인 제도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이미 2015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도입이 제안된바 있다. 중앙선관위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2:1로 배분하는 방식의 권역별비례대표제를 제안했다. 투표결과에 따라 지역구 당선자들이 우선 국회의원이 되고, 각 권역에 배정된 비례대표국회의원 의석을 정당지지율에 따라 각 정당에 배분하는 방법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수를 상향조정함으로써 의석수와 정당지지율 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한다. 각 권역마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므로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뿌리 깊은 지역갈등으로 인해 영남과 호남을 각각 지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독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갈등에 의해 국회구성이 왜곡되는 현상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지역구 후보와 지지하는 정당에 각각 1인 2투표를 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현 제도와 같다. 하지만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별 총 국회의원 의석수가 정해진다는 점에서는 상이하다. 우선 지역구 당선자들은 모두 국회의원이 된다.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당득표율에 따라 해당 정당에 배정된 의석수 보다 적으면 나머지 의석은 비례대표로 채워진다. 만약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당지지율에 따른 의석수를 초과하면 초과된 인원 모두 국회의원이 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발생하지 않는다. 때문에 선거 때 마다 국회의원 의석수는 달라질 수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의 규모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당별 의석수를 정하는 방법으로 국민들의 정당지지율과 국회 의석수의 차이를 줄인다. 이에 더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한 선거구에서 다수의 당선자가 배출될 수 있도록 하여 지역별로 특정 정당이 득세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독일식 정당명부제에도 충분히 중대선거구제를 접목시킬 수 있다.

2017년 제19대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선거제도를 비례성에 중점을 두어 정당 지지율과 의석비율 간 왜곡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추진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구체적 모습이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독일식 정당명부제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사회의 대표적 문제로 거론되는 지역갈등을 고려해본다면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중대선거구가 접목된 독일식 정당명부제가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광민 변호사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이다.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그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자신의 모습에 오늘도 힘들어한다. 생물학적 회춘은 불가능해도 정신적 회춘은 가능하리라 믿으며 초겨울 마지막 잎새가 그러했듯 오늘도 멀어져가는 청소년기에 대한 기억을 힘겹게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다. 정신적 회춘을 거듭하다보면 언젠가는 청소년의 친구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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