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 판례氏] 주가조작 제보해 포상금 받는 법

대법 "제보의 완벽함 필요하진 않지만 특정인의 특정행위 적시할 정도의 구체성 필요"

황국상 기자 2017.09.20 05:10
2014년 9월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제보자'(감독 임순례)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당국이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를 적발할 때 제보에 의존하는 경우가 잦다. 이럴 때 제보자는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은 미공개 정보이용이나 시세조종 행위 등 법령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대한 제보를 한 이에게 최고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증권범죄를 당국에 제보하면 무조건 포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걸까? 포상금 지급기준에 대한 대법원 판례(2017년 7월18일 선고, 2014두9820)가 있어 소개한다.

A씨는 2009년 12월부터 2010년 4월에 걸쳐 금융감독원에 B상장사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수차례 신고했다. A씨가 신고한 내용은 '무자본 M&A(인수합병)를 통한 공모자금 횡령' '세종코스프의 세종IB기술투자 만행' '무자본 M&A 후 해외 자원개발 허위공시 123억원 횡령' 등이다. 범행을 계획 중인 일당들이 무자본 M&A를 시도해 경영권을 취득하고 회사 자산을 빼돌리거나 허위공시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워 시세차익을 얻는다는 등 내용이었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은 다른 익명 제보자들의 제보를 근거로 한국거래소에 세븐코스프에 대한 불공정거래 조사를 요청했고 2012년 3월 세븐코스프 불공정거래에 연루된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조치를 취했다.

A씨는 2012년 5월 금감원에 포상금 2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금감원은 "A씨가 신고한 내용은 이미 공시된 내용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불과했다"며 "설령 A씨의 신고내용이 이번 조치에 도움이 됐다더라도 신고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돼 있었다"고 밝혔다. 또 "A씨의 신고내용은 특정인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신고가 아니었고 위반행위자, 장소, 일시, 방법 등 불공정거래 행위의 특정과 관련한 구체적 위반사실을 적시하지 않았고 증거를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1심은 A씨 전부승소였다. 1심 재판부는 "금감원이 A씨가 아니라 다른 제3자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로 포상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제3자의 제보가 A씨의 신고보다 사건처리에 도움이 됐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제3자의 제보내용은 시기적으로도 A씨 신고보다 늦었고 그 내용도 A씨의 신고내용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신고내용은 이미 공시된 내용을 나열하고 있는데 우연히 금감원의 조사·고발조치와 일치하는 모습이 다소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무자본 M&A' '해외 자원개발 허위공시' 등 A씨 신고내용의 구체적 내용이 모호한 데다 핵심 연루자로 A씨가 지목한 이의 불공정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못해 금감원이 적극 조사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인용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포상금 지급대상이 되는 신고·제보의 요건 △지급 대상이 아닌 신고·제보를 판별하는 기준 등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포상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신고하거나 제보하는 내용이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비교적 용이하게 발견하고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다만 신고·제보 내용이 불공정거래 행위 등의 요건에 맞게 완결성 또는 자족성을 갖출 필요는 없고 특정인의 불공정거래행위 등과 관련이 있고 조사의 단서가 되는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또 "신고자가 혐의자를 잘못 기재하거나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은 경우라도 신고 내용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자를 적발한 경우에는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며 "신고·제보 내용이나 제시한 증거를 조사한 결과 사실과 다른 부분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와 같은 사정은 구체적인 기여도에 관한 사유로서 포상금을 산정할 때에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법원은 "어떠한 신고 또는 제보 후에 해당 기관의 통상적인 조사나 위반자의 자진신고 등에 의해 비로소 구체적인 불공정거래 행위 등의 사실이 확인됐다면 그러한 신고 또는 제보는 불공정거래 행위 등을 발견하는 데 직접 관련되거나 기여를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포상금 지급대상이 되는 신고나 제보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관련조항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35조(위법행위의 신고 및 신고자 보호) ① 누구든지 제4편의 불공정거래행위, 그 밖에 이 법의 위반행위를 알게 되었거나 이를 강요 또는 제의받은 경우에는 금융위원회(제172조부터 제174조까지, 제176조, 제178조 및 제180조를 위반한 사항인 경우에는 증권선물위원회를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 신고 또는 제보할 수 있다.
② 금융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신고 또는 제보를 받은 경우에는 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그 처리결과를 신고자 또는 제보자(이하 이 조에서 "신고자 등"이라 한다)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⑦ 금융위원회는 신고자 등에 대하여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 
⑧ 제1항부터 제7항까지에 규정한 사항 외에 신고의 방법 및 처리, 신고자 등에 대한 통지방법, 신고자 등의 보호와 포상금 지급 등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84조(위법행위의 신고 등) ① 법 제435조 제1항에 따라 불공정거래행위 등 법의 위반행위 또는 위반행위의 강요나 제의를 받은 사실(이하 이 조에서 "불공정거래행위 등"이라 한다)을 금융위원회(법 제172조부터 제174조까지, 제176조, 제178조 및 제180조를 위반한 사항인 경우에는 증권선물위원회를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 신고하거나 제보하려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라야 한다. 
1. 신고 또는 제보하는 내용이 특정인의 불공정거래행위 등과 관련이 있을 것
2. 위반행위자, 일시, 장소 등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구체적인 위반사실을 적시하고 그 증거 등을 함께 제시할 것
3. 신고 또는 제보하는 자(이하 이 조에서 "신고자 등"이라 한다)의 신원을 밝힐 것
⑧ 금융위원회는 접수된 신고 또는 제보가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적발이나 그에 따른 조치에 도움이 되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1억 원의 범위에서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따라 신고자 등에게 금융감독원장으로 하여금 금융감독원의 예산의 범위에서 포상금을 지급하게 할 수 있다.
⑨ 제1항부터 제8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불공정거래행위 등의 신고 또는 제보의 접수방법 및 처리절차, 포상금 지급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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