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끓이고 수저 놔주는 법원장"…판사들이 본 김명수는?

21일 국회 본회의서 임명동의안 표결…"사법수장 공백 안돼"

양성희 기자 2017.09.20 19:31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사진=이동훈 기자

21일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58·사법연수원 15기)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 후보자에 대한 후배 판사들의 평가에 관심이 쏠린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20일 김 후보자를 부장판사로 모셨던 배석판사들이나 춘천지방법원장 시절 소속 판사들에게 들어봤다.

과거 배석판사와 춘천지법 판사들 모두 김 후보자가 보기 드물 정도로 탈권위적이고 소탈한 법관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춘천지법원장 재직 때 관사에서 소속 판사들에게 라면 14인분을 손수 끓여 대접한 일화가 대표적이다. 법정 경위가 입원하자 직접 병문안을 가기도 했다. 춘천지법 판사들이 김 후보자에 대해 '탈권위의 대명사', '배려의 아이콘'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부장판사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후보자의 배석판사였던 한 법관은 "함께 엘리베이터 탈 땐 항상 부장판사였던 김 후보자가 먼저 버튼을 눌렀다"며 "식당에서 수저와 물컵은 챙겨주는 것도 김 후보자였다"고 전했다.

배석판사였던 다른 법관은 "같은 재판부에서 일하는 동안 한번도 김 후보자와 회사(법원) 밖에서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다"며 "후배들에게 업무시간 외에 연락하는 상사가 되지 않으려고 일부러 배석판사들의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해두지 않다가 재판부 생활이 끝난 뒤에야 저장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또 "보통 배석판사들이 '부장님을 모신다'고 표현하는데 김 후보자는 '모신다는 말을 쓰지 말고 함께 일한다고 하라'고 당부했다"고 회고했다.

김 후보자의 '분권실험'도 법원에선 널리 회자된다. 춘천지법원장 시절 김 후보자는 재판부 사무분담을 정할 때 법원장으로서 전권을 행사하지 않고 판사회의에서 정하도록 했다. 사문화한 판사회의의 역할을 되살려낸 것이다. 김 후보자는 흔히 '좋은 자리'로 알려진 기획법관을 뽑으면서 판사들의 투표에 부치는 실험도 했다. 기획법관은 법원장 옆에서 사법행정을 책임지는 자리다.

판사들은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에 임명될 경우 이 같은 분권실험이 사법부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2~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권위를 모두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장은 13명의 대법관 제청권과 약 3000명의 전국법원 판사들에 대한 인사권 등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의 논의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후보자의 배석판사였던 한 법관은 "김 후보자가 특정 정치색을 갖고 있지도 않지만, 설령 가졌더라도 대법원장으로서 정치색을 드러낼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임명동의 불발에 따른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발생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고 있으며 당론이 모아지지 않은 국민의당은 자율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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