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친절한 판례氏] 추석 때 아들 내연녀와 차례 지낸 엄마

법원 "시어머니가 혼인 파탄에 책임 있다면 위자료 줘야"

박보희 기자 2017.10.12 12:1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가족 친지들이 다함께 모이는 민족의 명절 추석. 아들이 아내 대신 내연녀를 데리고 왔다면 어떨까? 그런데 시어머니가 오히려 며느리 대신 아들의 내연녀를 추석 차례에 참여시키고 사실상 며느리로 대했다면 시어머니는 아들의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을까? 책임이 있다면 얼마나 있을까?

A씨와 B씨의 결혼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시댁 가족들은 아들인 A씨보다 5살 연상인 B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댁의 반대에도 둘은 결혼해 두 아이를 낳고 살았지만, B씨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시댁이 불편해 왕래는 거의 하지 않고 지냈다.

결혼 후 별 직업없이 지내던 A씨는 B씨의 친정에서 마련해 준 돈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A씨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지냈다. 결국 돈벌이부터 살림, 자녀 양육까지 가정사는 B씨가 도맡아야 했다.

그렇게 떠돌며 지내던 A씨가 C씨를 만났다.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자신의 어머니, 즉 B씨의 시어머니 집에 C씨와 함께 들어가 동거를 시작했다. 당시 A씨의 아버지가 암투병 중이었는데 C씨는 시아버지 병수발을 들며 집안일을 챙겼다.

C씨는 A씨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상복을 입고 장례에 참여하기도 했다. A씨 가족들은 법적 며느리인 B씨에게는 시아버지 사망을 알리지도 않았다. 추석에도 C씨는 A씨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냈다. A씨 어머니는 사실상 C씨를 며느리로 대했다.

이들의 동거는 결국 B씨에게 발각됐다. 이들의 동거를 눈치챈 B씨가 시댁에 찾아와 현장을 보고 흥분해 C씨에게 화풀이를 하려 하자 A씨 가족들은 오히려 B씨를 말리며 폭행까지 했다.

A씨의 외도가 드러나면서 둘은 결국 이혼을 했다. 며느리 B씨는 시어머니에게 이혼의 책임이 크다며 위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이들의 혼인 파탄에 시어머니인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 위자료를 주라고 선고했다.(대구고법 99르75)

재판부는 "아들이 처자를 내버려둔 채 동거를 위해 다른 여자를 집으로 데려왔으면 적극적으로 제지하거나 설득해 아들이 원만한 부부관계와 가정생활을 이루도록 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동거장소를 제공하고, 아들이 데려온 여자에게 집안일을 맡겨 봉양을 받고, 추석 차례에까지 참석하게 하는 등 사실상 며느리의 역할을 하게 했다면 아들의 혼인파탄 행위에 가담한 것"이라고 봤다.

이어"혼인파탄으로 (B씨가) 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은 경험칙상 분명하다"며 "혼인기간, 혼인생활의 내용,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 혼인파탄에 가담한 정도 등을 고려해 금전으로라도 이를 위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시어머니에게 "며느리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주라"고 선고했다.

◇관련조항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806조(약혼해제와 손해배상청구권)
① 약혼을 해제한 때에는 당사자 일방은 과실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재산상 손해외에 정신상 고통에 대하여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
③ 정신상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은 양도 또는 승계하지 못한다. 그러나 당사자간에 이미 그 배상에 관한 계약이 성립되거나 소를 제기한 후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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