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사법부' 출범…'병역거부·동성혼' 판결 달라질까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에 충실" 사법적극주의 주목…"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할 필요"

양성희 기자 2017.09.21 16:31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사진=이동훈 기자

'김명수 사법부'의 6년은 어떤 모습일까.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58·사법연수원 15기)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21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김 후보자는 오는 25일부터 사실상 대한민국 사법부를 이끌게 됐다. 그의 성향과 과거 판결에 비춰볼 때 사법부가 전향적이고 진보적인 판결로 사회 변화를 이끄는 '사법적극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법적극주의는 기존 판례에 얽매이지 않고 헌법과 법률을 유연하게 해석해 사회의 진보를 주도하는 사법부의 태도를 말한다. 1953∼1969년 미국 연방대법원장으로 재임하며 '인종 분리'를 금지한 이른바 '브라운 판결'을 내리고 '미란다 원칙'을 확립한 얼 워런 전 연방대법원장이 대표적인 사법적극주의자다.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에 충실"

법조계에선 김 후보자의 취임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사법적극주의가 본격 실현될지 주목하고 있다. 그가 그동안 판결을 통해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를 위해 헌법과 법률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점에서다. 김 후보자 본인도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판사로서 다양한 사건을 마주하며 개인의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라는 사법의 본질적 사명에 충실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015년 1월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사회복지시설에 머무는 노인이 장기요양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도록 한 고시가 위헌이라고 결론내렸다.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출퇴근 시간 빚어진 업무상 재해의 범위를 확대한 판결도 있었다. 그는 2014년 4월 근무복 냄새 때문에 대중교통 대신 오토바이로 출근하다가 사고를 당한 환경미화원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대법원 판례에 얽매이지 않는 '소신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처분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신청을 받아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대법원은 정부의 통보처분 효력을 사실상 인정했지만, 김 후보자의 판단은 달랐다. 당시 그는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아직 있고 본안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노조활동의 제한을 일단 풀어줘야 한다"며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동성애' 판결 관심

'김명수 사법부'의 출범을 앞두고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양심적 병역거부와 동성애 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의 경우 그동안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정리되지 못해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4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이후 줄곧 이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에 낸 서면답변서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도 밝혔다.

동성혼을 포함한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서도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동성애 및 성소수자 인권도 우리가 보호해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밝혔다. 다만 동성혼 합법화에 대해선 "현행 헌법과 민법상 허용되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낙태죄 처벌과 관련해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임신 초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소년법 폐지에 대해선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지만 "시대가 달라져 소년이란 이유로 관대한 처벌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형사처벌을 강화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우리사회도 미국처럼 급속도로 승자독식의 사회가 돼 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소수자와 약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여 판결로 승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김 후보자가 그동안 성장의 그늘에 가려졌던 소수자와 약자를 돌보는 판결을 내려 사회통합을 이뤄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직후 대법원을 통해 "사법부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도전과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국민을 위한 사법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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