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하성용 前사장 구속영장…공무원 자녀 채용 '뇌물죄' 적용

(상보) 뇌물공여, 업무방해, 특경가법상 횡령·배임 등…상품권, 법인카드 유용 혐의도

백인성 (변호사) 기자, 한정수 기자 2017.09.21 19:41
분식회계와 채용비리 혐의 등을 받고 있는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가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기범기자

방위산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수사가 분수령을 맞았다. 검찰이 경영비리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하성용 전 KAI 사장(66)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이용일)는 21일 뇌물공여, 범죄수익은닉, 상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횡령, 배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배임수재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하 전 사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하 전 사장을 소환해 조사하던 지난 20일 새벽 그를 긴급체포했다.

2013년 5월부터 지난 7월까지 KAI 대표이사로 재직한 하 전 사장은 KAI 경영비리 전반에 깊숙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은 원가 부풀리기를 통한 대금 부당청구 및 대규모 회계분식, 채용비리 관여, 히사 상품권과 법인카드를 통한 횡령 등이다.

구체적으로 하 전 사장은 KAI 신입사원 공채에서 지원자들의 입사 지원 서류 등을 조작해 부당하게 10여명을 합격시키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위계업무방해 및 뇌물공여)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합격자 중 고위 공무원 자녀들에게 채용기회가 제공된 점에 주목해 이를 하 전 사장이 특혜를 받고자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하 전 사장이 경영부문을 총괄한 이모 임원에게 특정 인물의 채용을 지시했는지,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 고위 간부 등 박근혜정부의 유력 인사들이 인사 청탁을 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하 전 사장은 또 국가에 납품하는 장비의 부품 원가를 부풀려 국가에서 대금을 과다 지급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하 전 사장이 KF-X(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 등과 관련해 재무제표에 진행률(공정률)을 부풀려 기재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규모 회계분식을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KAI의 매출은 완성품을 납품할 때 받는 것이 아니라 작업 진행률에 따라 국가에서 지급받게 되는 방식이다. 이 지급액은 KAI가 제품을 만드는 데 소모한 부품의 금액에 일정 비율의 마진을 추가하는 이른바 '원가보상제도'에 의해 책정된다. 즉 부품이 고가일수록, 또 많은 부품을 소모할수록 KAI의 매출이 올라가는 구조다. 하 전 사장은 KAI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협력업체와 짜고 부품 가격을 부풀리고, 진행률을 부당하게 내리거나 올려 국가에서 지급받는 금액을 조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8일 이 회사 공모 구매본부장을 구속해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검찰은 KAI 협력업체 T사의 실소유주가 하 전 사장이라는 정황을 포착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하 전 사장의 부탁을 받고 회사를 설립했다. 하 전 사장은 이 과정에서 6억원대 T사 지분을 차명으로 취득하고, KAI 일감을 T사에 대규모로 몰아줘 자신의 회사에는 이득을 주고 KAI에는 그 액수만큼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밖에 하 전 사장은 거액의 횡령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 KAI는 하 전 사장 재임 기간 임직원 선물 용도로 52억원 어치의 상품권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 가운데 17억원어치의 용처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 전 사장은 이 상품권들을 현금화해 거액을 챙기고, 법인 명의의 카드를 사적인 용도로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하 전 사장이 별도의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여부와 조성했을 경우 그 용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만일 하 전 사장의 범죄 혐의가 소명돼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KAI 수사는 조마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검찰은 하 전 사장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추가로 조사한 뒤 관련 임직원들을 함께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하 전 사장은 지난 19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관련 의혹들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도 혐의들에 대해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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