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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명절 귀성비'는 통상임금에 포함될까

대법 "설·추석 귀성비, 근로대가 성질로 보기 어려워…'고정성' 요건 미충족"

황국상 기자 2017.10.12 12:15
지난 1월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어느날 오후 고속도로 위로 귀성차량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항공촬영 협조 : 서울지방경찰청 항공대 기장 경위 이석주, 부기장 경위 차상현, 기관사 경위 곽성호, 승무원 경사 남현철, 사진=홍봉진 기자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다가올 때 근로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게 회사가 '명절 상여금'이란 이름으로 주는 '귀성비'다. 고향에 다녀올 때 교통비 등의 용도로 쓰라고 주는 돈이다.

그런데 귀성비도 통상임금에 포함이 될까?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려면 '일률성' '고정성' '정기성'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귀성비는 이 조건을 갖추지 못한다는 대법원 판례(2014년 5월29일 선고, 2012다115786)가 있어 소개한다.

A사는 근로자들과 체결한 단체협약을 통해 매년 2,4,5,6,8,10,12월에 각각 30시간분의 시급을 가산한 '상여금'을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설·추석 등 명절에 '귀성비'로 기준금액(45만원)에 임금 인상률, 인사고과 등을 반영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A사가 2004~2009년간 근로자들에게 설·추석 때마다 귀성비로 지급한 금액은 49만~57만원에 달했다.

그런데 A사 근로자 중 귀성비 지급 이전에 퇴직한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본인들이 지급받은 퇴직금을 정하는 기준이 된 통상임금에는 '귀성비'가 빠져 있었다며 이를 포함시켜 통상임금을 재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산정된 퇴직금과 기존 수령액 사이의 차액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원심 법원은 "귀성비는 (근로자에 대한 회사의) 은혜적 배려가 아니며 재직 관련 요건을 충족한 모든 근로자들에게 지급돼 왔다"며 명절 귀성비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게 맞다고 A사에서 퇴직한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명절 귀성비가 '고정성' 요건을 갖췄는지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통상임금은 미사용 연차수당이나 연장·야간·휴일근로 대가로 지급하는 가산금 등을 산출하는 '기준임금'으로 사용된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어떤 임금항목을 지급할지 말지가 불명확하다면 '기준임금'으로서 통상임금의 성격에 부합하지 못한다. 

대법원은 명절 귀성비가 바로 이 '고정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A사가 귀성비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에 대해서도 귀성비를 지급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며 "A사와 근로자 사이의 단체협약에서도 '상여금' '귀성비'를 별도로 규정한 것을 보면 귀성비가 상여금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명절 귀성비의 경우 상여금과 달리 지급일 이전에 퇴직한 근로자는 지급대상이 아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그렇다면 귀성비는 고정적 임금으로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심 판결은 통상임금과 임금의 고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조항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5.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43조(임금 지급)
②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통상임금)
① 법과 이 영에서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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