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 판례氏] 밤에 남자친구 집 침입해 방문 열려다 다친 女

정당행위의 성립요건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7.10.17 05:05

헤어진 남자친구의 집에 침입해 방에 들어가려다 실갱이 끝에 문이 부서져 다쳤다면 남자친구에게 죄가 있을까요? 정당행위의 요건을 다룬 판례(99도4273)가 있어 이를 소개해 드립니다.

남성 A씨와 여성 B씨는 1997년 7월 지인의 소개로 잠깐 사귀다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A씨는 같은 해 8월 대전지검 천안지청에 B씨를 사기 및 폭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B씨가 결혼할 것처럼 가장해 도박판에 유인해 금원을 편취하고, 돈을 빌려가고 갚지 않는 방법으로 금원을 편취했을 뿐만 아니라 성명 미상의 남자와 함께 자신을 폭행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A씨의 고소는 무혐의 처리됐고, A씨는 다시 대전고검에 항고했습니다. B씨는 1998년 3월 대전고검으로부터 출석하라는 통지서를 송달받았습니다. A씨 때문에 검찰청까지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B씨는 이를 따지기 위해 A씨에게 전화했으나 A씨는 B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화가 난 B씨는 A씨를 직접 만나 따지기로 하고 지인 둘과 함께 밤 11시 A씨 집에 몰래 침입해 A씨의 미닫이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당시 A씨는 방안에서 자고 있다 방문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나 방문을 열었습니다. B씨는 문이 열리자마자 왼손으로는 방문을, 오른손으로는 문틀을 붙잡고 A씨의 고소 때문에 검찰청까지 가서 조사를 받게 된 것을 따지려 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B씨와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방문을 닫으려 했고, B씨의 오른손이 문과 문틀 사이에 끼었습니다. 이후 문을 닫으려는 A씨와 열려는 B씨 사이의 실랑이가 계속됐고, 이 과정에서 문짝이 떨어져나가 앞에 있던 B씨가 넘어져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부염좌 및 우측 제4수지 타박상을 입었습니다.

B씨는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상해)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원심은 "어떠한 행위가 위법성조각사유로서의 정당행위가 되는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경우에 따라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가려야 하는 바, 정당행위로 인정되려면 첫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법익과 침해법익의 권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의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면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야심한 밤에 여러 명이 자신의 집에 들어오자 잠에서 깬 A씨가 위해를 당할 여지가 있다고 느꼈을 수 있고, 단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문을 닫으려 했을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였습니다.  대법원은 "A씨의 가해행위가 이루어진 시간 및 장소, 경위와 동기, 방법과 강도 및 A씨의 의사와 목적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를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를 넘어서는 위법성이 있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조항=
형법 제20조
제20조(정당행위)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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