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모신 자식, 상속 더 받을수 있나

[고윤기 변호사의 상속과 유언 이야기]

고윤기 변호사(로펌 고우) 2017.10.18 05:20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열심히 모셨습니다. '더 이상 어머니를 못 모시겠다'며 집을 나간 형수를 대신해서 정말 열심히 모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형제들은 어머니가 남긴 재산을 똑같이 나누자고 합니다. 그동안 고생한 아내를 볼 면목이 없습니다.”

명절이 지나면 인터넷 게시판에 종종 올라오는 글을 재구성해 봤습니다. 남성의 입장에서 쓴 글인데, 물론 며느리 입장이나 딸의 입장에서 쓴 같은 취지의 글도 자주 눈에 보입니다. 

1990년 민법이 개정된 이래, 장남이든 차남이든 출가한 딸이든 관계없이 모든 자식의 상속분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이때 민법이 개정되면서 재미있는 조항이 슬며시 들어옵니다. ‘기여분(寄與分)’이라는 제도인데요, 말 그대로 상속재산 유지·형성에 기여한 사람에게 상속재산을 더 주는 것입니다. 

고생한 자식은 고생한 만큼 챙겨줘야 공평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유언’이 활성화 되지 않은 경우, 이 기여분 제도는 상속인 간에 균형을 맞추는 효과적인 제도입니다. 

그럼 기여분은 어떻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상속과 관련한 문제는 누가 상속인인가? 얼마를 상속받을 수 있는가의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면 됩니다. 일단, 누가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공동상속인입니다. 사실혼에 의한 배우자, 동거자, 간병인 등 공동상속인이 아닌 사람은 기여분의 권리를 가질 수 없습니다. 아무리 오랜 기간 간병을 하고, 정성을 기울여도 기여분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기여분으로 얼마를 상속 받을 수 있을까요? 법은 기본적으로 “너희들끼리 알아서 정하라”고 규정합니다. 공동 상속인들끼리 '알아서' 정하는 것이 잘 될 리가 없습니다. 모두 자기 나름의 생각이 있고,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민법은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기여분에 대해 협의가 되지 않은 때에는 가정법원이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 법원에서 어떤 요건을 갖추면 기여분을 인정해 줄까요? 우리 법에는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조문의 핵심은 ‘특별’이라는 말에 있습니다. 특별히 부양하거나 기여한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해 준다는 말은, 웬만하면 기여분을 인정해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기여분이 인정된 몇 가지 판결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 甲이 독일에 망명하였다가 귀국 후 홀로 거주하면서 투병생활을 하던 중 간병과 간호를 전담하며 보호자 역할을 한 조카 乙을 입양하였는데, 乙이 甲과 동거하지는 않았으나, 홀로 귀국한 甲을 20여 년간 자주 찾아가고 병원에 모시고 가는 등 뒷바라지한 사안(서울가법 2015.11.9, 자, 2013느합95, 심판)

- 1983년경부터 20년간, 피상속인의 어머니를 봉양하고 전처소생인 자식 둘을 양육하고 혼인시켰으며, 피상속인의 사망 시까지 혼자서 피상속인을 간병했고, 피상속인을 대신하여 주택의 신축을 한 사안(서울가법 2003.6.26, 자, 2001느합86)

- 1965년부터 30년 동안, 피상속인과 함께 분식점 등을 운영하면서 종업원을 관리하는 등 피상속인의 사업에 주도적으로 노무를 제공한 사안(서울가법 1995.9.7, 자, 94느2926, 심판)

위 사례들을 보면, 20년, 30년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그 정도는 해야, ‘특별’한 기여를 인정해 준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기여분은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동거만 했다면 기간이 길어도 기여분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피상속인의 딸이 결혼 후 피상속인의 사망 시까지 30년 정도 피상속인과 동거한 사례에서 특별기여행위가 없다고 보아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도 있습니다(서울가법 1996.7.24, 선고, 95드74936, 판결).

기여분이라는 제도의 취지는 좋을지 모르나 이렇게 인정받기가 어렵다면, 오히려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합니다. 물려주고 싶은 사람은 자신에게 더 잘했던 사람에게 더 물려주고 싶은 것이 당연하고, 부모를 잘 모신 자식이 상속재산을 좀 더 받기를 기대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내가 잘한 만큼 기여분이 인정받을 것을 기대해 보았자, 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유언장을 작성하면 됩니다. 유언장을 작성하면, 공동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도 재산을 물려줄 수 있고, 자신에게 더 잘한 자식에게 더 많은 재산을 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유류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유언장을 작성하고, 녹음으로 유언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유언 문화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유언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고윤기 변호사(ygkoh@kohwoo.com)는 로펌고우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상속, 중소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00인 변호사,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할 법률이야기’,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강연(법무부)’의 공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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