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일반

[친절한 판례氏] 수영복女 사진 떼라는 교도관 멱살…그런데 무죄?

"이유없는 조사거실 수용은 위법…위법한 직무집행 저항은 공무집행방해 아냐"

박보희 기자 2017.10.23 05:0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박근혜 전 대통령이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 갇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구치소, 교도소 내 처우에 관심이 쏠린다.

그런데 교도소 벽에 연예인의 수영복 사진 등을 붙여도 될까? 또 교도소 측으로부터 사진을 떼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불응하고, 조사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면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할까?

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는 감방 벽에 수영복을 입은 여자연예인 사진을 붙여놨다가 교도관에게 지적을 당했다. 교도관은 사진을 떼라고 지시했지만 A씨는 "수컷의 본능"이라며 사진을 떼지 않았다.

교도관은 A씨에게 지시 불응에 대한 자술서를 쓰게 했지만, A씨는 교도관의 지시가 부당하다며 자술서에 그동안 교도관에게 겪은 가혹행위 등에 대해 적었다.

교도관은 A씨에게 지시위반 등을 이유로 징벌을 부과하겠다며 조사거실로 이동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자신의 방에 있는 서류 등이 분실될 수 있다며 직접 챙겨야겠다고 주장했지만 교도관들은 나중에 챙겨주겠다며 A씨를 조사거실로 강제로 끌고가려고 했다.

A씨는 이에 강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교도관의 멱살까지 잡았다. 결국 A씨는 수갑을 차고 양쪽 팔을 잡힌채 강제로 조사거실로 끌려갔다. 또 A씨는 조사거실 수용 전, 신체검사를 위해 옷을 벗으라는 지시도 거부하며 교도관과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A씨는 '수용자의 지도, 처우, 계호에 관한 교도관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공무집행방해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그런데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교도관의 멱살을 잡고 몸싸움까지 벌인 A씨는 어떻게 무죄를 받게 된걸까?

대법원은 사진을 떼도록 한 것은 정당한 직무집행이었지만, A씨를 조사거실에 수용할 이유가 없었는데 강제력을 행사했고, '위법한 직무집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폭행은 공무집행방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3도1198) 

대법원은 '벽에 붙인 사진을 떼라'는 지시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허가되지 않은 사진 등을 벽에 붙이는 것은 수용시설의 청결유지 뿐 아니라 시설내 질서유지를 해칠 우려가 크다"며 "허용되지 않은 사진 등을 제거하라는 지시는 수용자가 복종해야 할 직무상 지시로 직무집행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사거실에 강제로 수용하려 한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수용자를 조사거실에 수용하는 것은 △수용자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을 때 △다른 사람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다른 수용자에게서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 가능하다고 법에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조사거실은 문제를 일으킨 수감자가 조사를 받기 전까지 따로 수감되는 방이다. 교도소 내 조사는 보통 주1회 정도 진행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1주일 간 머무르며조사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조사 내용에 따라 TV시청을 금지하거나 제약이 붙기도 한다. 일종의 징벌 성격을 띄는 장소로 실제 징벌을 받으면 조사거실 수용 기간은 징벌 기간에 포함된다.

대법원은 "당시 피해자가 지시위반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우려나 자신이나 타인에 위해 우려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강제력을 행사해야 할 정황도 찾기 힘들다"고 봤다.

조사거실에 보낼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는데 교도관이 강제로 조사실에 수용하려고 했기때문에 직무집행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법원은 위법한 직무집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A씨의 폭행이 이뤄졌기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관련조항

형법

제136조(공무집행방해)
①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공무원에 대하여 그 직무상의 행위를 강요 또는 조지하거나 그 직을 사퇴하게 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4조(인권의 존중)
제4조(인권의 존중) 이 법을 집행하는 때에 수용자의 인권은 최대한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제32조(청결의무)
① 수용자는 자신의 신체 및 의류를 청결히 하여야 하며, 자신이 사용하는 거실·작업장, 그 밖의 수용시설의 청결유지에 협력하여야 한다.
② 수용자는 위생을 위하여 두발 또는 수염을 단정하게 유지하여야 한다.

제105조(규율 등)
① 수용자는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규율을 준수하여야 한다.
② 수용자는 소장이 정하는 일과시간표를 준수하여야 한다.
③ 수용자는 교도관의 직무상 지시에 복종하여야 한다.

제110조(징벌대상자의 조사)
① 소장은 징벌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수용자(이하 "징벌대상자"라 한다)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조사기간 중 분리하여 수용할 수 있다.
1.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는 때
2.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거나 다른 수용자의 위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때
② 소장은 징벌대상자가 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접견·서신수수·전화통화·실외운동·작업·교육훈련, 공동행사 참가, 중간처우 등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가능한 처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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