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싸게 샀다고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11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로(law)' 이야기

백광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2017.10.23 08:36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 40대 회사원 A씨는 B이동통신사의 출고가 94만 9000원인 C모델 핸드폰을 보조금을 지급받아 87만 1000원에 할인 구매하였다고 기뻐하였다. 그러나 C모델은 공급가 63만 9000원으로 B사가 가격을 부풀리지 않고 공급가에 물류비용만 포함하여 출고가를 약 68만 원으로 책정하여 판매하였다면, A씨는 보조금을 전혀 받지 못해도 19만원 더 저렴하게 구입하였을 것이다.

2008년 이후 방통위 보조금 규제가 폐지되고, 외산휴대폰 진입이 본격화되면서 통신사간 경쟁뿐만 아니라 제조사간 경쟁도 심화되자, 통신3사(SKT, KT, LGU+)와 휴대폰제조3사(삼성전자, 엘지전자, 팬텍)는 보조금이 많은 휴대폰이 소비자 유인효과가 크다는 점을 이용하여 기존관행과는 달리 보조금을 감안하여 휴대폰 가격을 높게 설정하고, 가격을 부풀려 마련한 보조금을 대리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지급했다.
예를 들어 통신3사는 44개 휴대폰모델을 대리점에 넘기면서 가격을 구매가보가 평균 22만 5000원 높게 책정했다. 그리고 차액 22만 5000원으로 소비자들에게 튼 혜택을 주는 것처럼 했다. 휴대폰제조3사도 실제 자신들이 통신사에 넘기는 가격보다 더 높게 판매가격을 매겨 대리점에 내놓으라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통신사에 제안하며 거들었다. 소비자들이 접하는 가격이 높으면 ‘고가 휴대폰 이미지’ 형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공정위는 휴대폰 가격을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하여 ‘고가 휴대폰’을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한 통신3사 및 휴대폰3사의 행위가 불공정거래행위 중 ‘위계에 의한 부당한 고객유인행위’(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453억 3000만원을 부과했다.

◇ 통신3사와 휴대폰제조3사의 이러한 불공정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휴대폰과 이통서비스가 결합된 판매방식만 존재했고 당시 구조에서, 소비자는 휴대폰 가격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고, 휴대폰 가격의 투명성도 부족했다. 이러한 구조에서 통신사·제조사는 휴대폰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조성한 보조금을 지급하여 실질적인 할인혜택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이 은폐됨에 따라 소비자는 이통서비스 가입대가로 통신요금수익에 기반한 보조금을 지급받음으로써 ‘고가의 휴대폰을 싸게 구입’하는 것으로 오인하게 되고, 이는 보조금제도가 휴대폰 구입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인 할인제도라고 인식하는 소비자의 신뢰를 악용한 ‘착시 마케팅’에 해당한다.

따라서 실제로 명목상의 보조금은 실질적으로 할인 혜택이 전혀 없는 것이고, 또한 소비자가 얻는 보조금은 부풀려진 출고가에 비해 적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실질 소비자 구매가격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다. 그리고 휴대폰 가격이 높아지는 경우 소비자가 요금할인 등의 혜택을 더 받기 위해 자신의 통신 이용 패턴과 관계없이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휴대폰 할부구매 시 구매가격이 높아지는 경우 할부금 잔여대금이 커서 소비자가 통신사 전환을 쉽게 하지 못하는 고착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공정위는 통신3사와 휴대폰제조3사의 행위가 소비자오인성과 함께 소비자피해가 있다고 판단하고 제재조치를 했다.

특히 공정위는 통신3사 및 휴대폰제조3사에게 가격 부풀리기를 통한 위계에 의한 장려금 지금행위를 금지하거나(행위중지명령) 또는 통신3사는 공급가와 출고가 차이내역을 제조3사는 월별 판매장려금 내역을 각각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공개명령)하도록 하였다. 다만, 서울고법은 ‘출고가와 공급가 차이를 공개하라’는 공정위 처분에 대해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협의해 정한 사업자모델의 공급가와 출고가의 차이를 공개하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2항 후단의 ‘진술거부권’이 보장하고 있는 ‘자기부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 단통법상 보조금 상한제 폐지...휴대폰 가격 거품사라지고 통신비 부담도 줄어들기를

지난 10월 1일부터 출시된 지 15개월 미만의 휴대폰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이 지원금을 33만 원 이상 지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해 놓은 ‘상한제’가 풀렸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사들은 최신 프리미엄폰에 대해서도 33만 원 이상 지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는 2014년 10월 1일 단말기유통법(약칭) 시행과 동시에 도입됐다. 이는 출시 15개월 미만 단말기에만 적용되고, 15개월 지난 단말기에 대해서는 33만 원 이상 지급할 수 있었다. 단통법 시행 당시 도입된 부칙에 따라 지원금 상한제는 3년 일몰조항으로 제정됐다. 법 시행 이후 3년 뒤에는 자동으로 폐지되기 때문에 지난 9월 30일자로 자동 일몰된 것이다.

이처럼 이동통신사가 휴대폰을 구매할 때 보태는 지원금 한도를 33만 원으로 제한한 규정이 폐지되었지만 지원금 액수는 크게 오르고 있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지원금보다 판매장려금(리베이트) 중심의 유통방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금 불법 보조금이 마케팅의 수단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우려가 비치고 있다.

소비자의 한사람으로서, 공정위가 보조금을 이용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영업 관행에 제동을 걸어 휴대폰시장 경쟁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하고, 단통법 시행으로 인해 모든 사람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보조금 공시’와 보조금을 받지 않는 경우 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해주는 ‘분리요금제’가 운영되는 만큼, 최근에 단통법상 보조금 상한제가 폐지된 것을 계기로 오히려 휴대폰 가격의 거품이 사라지고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도 줄어들 수 있는 휴대폰시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공정거래법 실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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