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출동해 살인사건 못막은 경찰…대법 "국가 배상책임 인정"

양성희 기자 2017.11.14 06:00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경찰의 '늑장출동'으로 예견된 살인사건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가가 책임을 지게 됐다. 대법원은 살인사건 피해여성 A씨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A씨 유족 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받아들였다고 14일 밝혔다. 


다만 이미 지급된 범죄피해 구조금과 중복되지 않도록 액수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며 유족 일부에 대해서는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교제하던 남성의 어머니 B씨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다. A씨는 2015년 9월 전화통화로 B씨에게 욕설을 듣자 화를 참지 못하고 서울 용산구 소재 B씨의 집으로 달려갔다. 


B씨는 A씨가 올 것을 알고 살인을 계획, 미리 흉기를 준비했다. 이를 본 A씨 남자친구이자 B씨의 아들인 C씨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관들이 늦게 출동하는 바람에 예견된 사건을 막지 못했다. 이 일로 A씨는 목숨을 잃었다. 


당시 경찰은 앞서 들어온 가정폭력 신고와 C씨의 신고를 동일한 사건으로 착각해 24분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A씨 유족이 경찰관들의 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이다. 


1·2심은 "경찰관들이 제때 현장에 도착했다면 살인사건을 충분히 막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국가가 A씨 부모에게 각각 590여만원을, A씨 자녀 2명에게 각각 358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1·2심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A씨 자녀에게 이미 범죄피해 구조금이 지급된 사정에 비춰 배상액을 다시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자녀 2명에게 이미 지급된 5250여만원을 빼고 산정하라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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