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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집단소송, 보상받을 수 있나?

전문가들 "접속장애와 시세하락 손실, 인과관계 입증 어려워"

유동주 기자 2017.11.16 16:25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의 접속장애에 대한 집단소송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집단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접속장애와 시세하락에 따른 손실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고의로 서버를 셧다운(shut down) 하지 않은 이상 빗썸 측의 책임은 제한적으로만 인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빗썸 접속장애 피해자들 가운데 약 5000여명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빗썸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빗썸에선 지난 12일 비트코인캐시 등의 가격이 급등락하며 거래량이 폭발했다. 평시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약 6조5000억원 수준의 거래가 이뤄졌다. 이에 동시 접속자가 16배로 폭증하며 서버 다운 사태를 맞았다.

오후 4시쯤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서버가 멈춘 사이 비트코인캐시 가격은 최고점에서 급락했으나 투자자들은 접속장애로 매매에 나설 수 없었다. 접속장애로 인해 자신들의 손실이 확대됐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시세급락 손실 책임, 거래소에 묻기엔 한계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온라인 투자상품 가격의 급등락으로 발생한 손실의 책임을 모두 서버 관리 책임자에게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빗썸 등 거래소들은 이미 이용약관에 통신장애 등으로 인한 서비스 불량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다는 손해배상 면책조항을 마련해 놨다. 피해액 입증도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민사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고 해도 과거 사례를 볼 때 거래소의 책임은 제한적으로 인정된다”며 “시세 급락에 따른 손실을 모두 인정받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로펌 김기혁 변호사도 "고의로 셧다운 했다는 증거가 안 나오는 이상 승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서버 과부하로 인한 사고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승소하더라도 집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측이 투자자 손실을 모두 배상할 정도의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에서다. 2014년 설립된 빗썸(비티시코리아닷컴)은 지난해 매출액이 43억원에 불과했다. 

9월 12일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에 문을 연 가상화폐 오프라인 거래소 ‘코인원블록스’에서 고객들이 대형 전광판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사진=뉴스1

◇주식시장선 민원시 소정 보상처리

이번 사태와 유사한 전산오류로 주식거래가 지연됐던 경우에도 피해 주장액이 모두 인정된 경우는 없었다. KRX(한국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서버 문제로 주문이 정지된 사례가 있었지만, 복구 이후 주문이 들어온 순서대로 매매를 처리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각 증권사 주문시스템에서도 종종 주문지연 등에 대해 민원이 제기되지만 이 경우에도 증권사들은 미리 고객이 동의한 주문거래 약관에 따라 일정 손해를 보상해주는 정도로 처리한다. 

실제 소송이 제기된다면 가상화폐와 거래소의 법적 성격을 법원이 어떻게 볼 지도 관심사다. 지난 9월 검찰이 불법 사이트 운영자가 갖고 있던 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몰수 구형을 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리적 실체가 없는 전자파일을 몰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상화폐의 객관적 가치도 알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결 근거였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관련 법령이 없어 현재 전자상거래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오픈마켓 운영사가 주식시장시장에서의 '거래소'와 '증권사'의 역할을 겸하는 셈이다. 거래소간 가격체계는 공식적으로 연동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이 싼 곳에서 사서 비싼 곳에서 파는 게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가격의 차이가 좁혀진다.

◇보상 불만족시 소송으로 이어질 듯

빗썸은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불법행위'로 보고 '배상'을 요구하려고 하는 반면 빗썸은 불법행위가 아님을 전제로 '보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불법행위에는 배상,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보상이란 용어를 쓴다.

빗썸은 서버 다운 당시 대기상태로 밀려 있던 주문들을 일괄 취소하기도 했다. 서버가 멈춘 사이 시세변동이 급격했기 때문에 주문을 체결시킬 경우 오히려 투자자들의 피해가 늘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란 게 빗썸 측의 해명이다.

현재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이들은 매매주문을 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을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매시도가 없는 경우엔 ‘평균가격'으로 손해액을 산출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지금까지 일어난 피해액으로는 최대 규모인 가짜 가상화폐 '헷지비트코인' 사기단 국내 모집책 권모(45·여)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이모(62)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마씨 등은 15년 10월부터 16년 10월까지 필리핀 마닐라와 경기도 성남시에 사무실을 차린 후 국내 투자자를 모집, 3만5천여 명으로부터 1,552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필리핀에서 체포된 총책.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2017.8.23/사진=뉴스1

◇해킹으로 파산한 해외 거래소

해외에서는 해킹에 의해 파산한 거래소도 있다. 한때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는 2014년 해킹에 의해 다량의 비트코인이 사라져 파산했다. 수만명의 고객이 피해를 입었고 CEO(최고경영자)는 개인용도로 착복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런 해외 사례를 들어 빗썸 사태에서도 서버 다운시 내부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빗썸 측은 거래 중단 당시 아무런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거래 쏠림에 의한 과부하 문제가 아닌 거래소 측의 자발적인 셧다운도 해외에선 종종 발생한다. 최근 ICO(가상화폐공개)를 했던 모 가상화폐는 운영자 측이 거래가 일시에 몰리자 24시간 동안 서버를 닫기도 했다. 

◇'집단소송제'아닌 집단소송…소송 참가해야만 배상 받아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법적으로 엄밀한 의미의 '집단소송제'(Class Action)와는 다르다. '집단소송제'의 경우 승소할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빗썸의 경우는 소송에 참여해야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이소연 변호사(리인터내셔날 특허법률사무소)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라도 판결 결과에 따라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집단소송제의 특징"이라며 "집단소송제도는 2005년 증권 분야에만 한정돼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빗썸 사태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에서 다수 피해자들이 모여 함께 하는 소송은 사실 '집단소송'이 아닌 '공동소송'으로 불러야 한다. 개별 피해자들이 모여서 하는 소송일 뿐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조물 책임 등 기타 분야에서도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바 있다. 지난달 법무부는 대통령 공약을 이행한다는 차원에서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을 '법무행정 쇄신방향'에 담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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