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 계약, 위임일까 도급일까

권형필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2017.11.16 05:20


아파트 경비용역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일까 아니면 도급계약일까. 그 성질에 따라 계약의 해지가 자유로운지 그리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부산고등법원 창원지원의 판결이 있다.


민법상 위임계약에서는 당사자 간 신뢰가 계약의 중요한 전제다. 만약 신뢰관계가 깨어진 경우에는 더 이상 위임관계가 이어질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신뢰관계의 파탄을 원인으로 한 자유로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해지가 됐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손해배상 책임이 존재하지 않는다.

도급계약은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단 일을 시작한 후에는 자유로운 계약 해지가 불가능하다. 해지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경비용역계약이 도급계약임을 전제로 계약 해지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면, 피고는 위임계약임을 주장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비용역계약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 판결에서는 아파트 경비용역계약에 대해 경비업법에서의 정의를 고려해 비록 계약서에서 ‘도급’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나 계약의 법적 성질은 그 명칭·형식·용어 등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위임계약으로 판단했다.

당사자 간의 계약을 도급계약으로 보기 위해서는 △어떤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고 그에 대한 보수의 지급을 내용으로 하며 △일의 완성을 위한 노무 제공 등의 방법이 수급인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고 △일의 완성에 필요하다면 계약 업무의 하수급도 가능하다.

법원은 △계약의 목적에서 규정하는 내용을 달성하지 않아도 경비업무를 수행하면 매달 일정한 보수를 받게 되는 점 △계약의 내용에서 계약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요구하고 있는 점 △민법상 수임인의 보고의무(민법 제683조)·선관의무(민법 제681조)의 내용이 계약에 포함돼 있는 점 △민법 중 위임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아파트 관리주체가 계약 체결을 주도했던 점 등을 고려해 이 계약이 민법상 위임계약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피고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위임과 도급은 얼핏 보기에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성격과 계약 해지 시의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권형필 변호사는 주로 집합건물과 부동산 경매 배당 관련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서 집필, 강의, 송무 등으로 활동 중이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 경매·집합건물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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