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우리 자식에게도 조금은 물려주자

[고윤기 변호사의 상속과 유언 이야기]

고윤기 변호사(로펌 고우) 2017.11.15 10:42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습니다. 아무리 내 자식이라도 그중 내가 더 좋아하는, 나에게 더 잘하는 자식이 있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나의 마지막이 왔을 때, 그 아이에게 좀 더 물려주고 싶습니다. 아니, 꼴도 보기 싫은 자식 놈에게는 하나도 물려주고 싶지 않습니다. 

반면 자식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큰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남겨주고 돌아가셨다면, 다른 자식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형제들도 나름 아버지를 잘 모셨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의 장남 선호사상을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장남이 다른 형제들에게도 재산을 나누어 주면 좋겠는데, 욕심 많은 장남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게 뻔합니다. 

이럴 때 문제가 되는 게 민법에 있는 유류분(遺留分) 이라는 제도입니다. 유류분의 정의에 대해 “피상속인의 유언에 의한 재산처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상속인에게 법정상속분에 대한 일정재산을 확보해주는 제도”라고 아주 어렵게 민법 교과서에 나와 있기는 합니다만, 그냥 “아무리 미운 자식도 조금은 물려주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럼 얼마나 물려주어야 할까요? 법정상속분의 1/2에서 1/3입니다. 그럼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상속인은, 물려받은 상속인에게 자신의 몫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한국의 전통적인 제도는 아닙니다. 1977년도에 민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인데요, 상속인의 자유 의사에 반한다는 점에서 현재까지도 논란이 많은 제도입니다. 

유류분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유류분은 유언으로 박탈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장남에게 전부 물려주라고 유언을 했어도, 다른 상속인들은 자신의 유류분만큼은 확보할 수 있습니다. 흔히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하는 실수 중의 하나가 유류분을 고려하지 않고 재산을 분배하는 것입니다. 유언장을 작성해 놓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사후에 자식들 간에 분쟁을 일으킬 불씨를 남겨 놓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언장을 작성할 때에도 이 유류분을 고려해서 상속재산을 분배해야 합니다. 물려줄 재산이 현금이거나 분할하기 쉬운 것들이라면 상속재산 분배가 쉽겠지만, 부동산, 채권, 특허권 등 그 가치를 별도로 평가해야 하는 재산들은 계산하기가 복잡합니다. 그래서 복잡한 상속의 경우, 세무사, 변호사, 감정평가사 등이 모여서 재산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둘째, 피상속인이 살아 있을 때는 유류분권을 주장할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아버지가 장남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하려고 할 때, 차남이 유류분권을 주장해서 막을 수 없습니다. 또한,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류분을 포기하는 각서를 썼다 하더라도 무효입니다. 유류분권은 사전 포기는 불가능하고, 피상속인이 사망한 이후에만 포기가 가능한 권리입니다. 

셋째, 유류분권은 3순위의 상속인에게까지 인정되는 권리입니다. 예를 들어 삼촌이 돌아가셨는데, 삼촌은 조카들 이외에 아무런 상속인이 없습니다. 삼촌은 자기가 좋아했던, 큰 조카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이 경우 재산을 물려받지 못한 다른 조카들이 유류분권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조카의 경우 4순위 상속인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일정한 기간 내에 유류분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우리 민법은 ‘반환의 청구권은 유류분 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도 같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1117조). 1년과 10년 두 가지의 기간 중 하나만 지나도 유류분권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고윤기 변호사(ygkoh@kohwoo.com)는 로펌고우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상속, 중소기업과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00인 변호사, 서울시 소비자정책위원회 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등으로 활동했다. ‘중소기업 CEO가 꼭 알아야할 법률이야기’, ‘스타트업을 위한 법률강연(법무부)’의 공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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