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갑질'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Law&Life-근로기준법 사각지대 ②]

김종훈 기자 2017.11.17 05:02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인격모독적 폭언, 밥 먹듯 시키는 야근, 배째라는 식의 임금체불···. 월급쟁이들을 괴롭히는 '직장 갑질'은 수없이 다양하다. 하지만 '을' 신세라고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이건 아니다'라는 문제의식과 약간의 법 지식만 있어도 얼마든지 직장 갑질을 뿌리뽑을 수 있다. '직장갑질 119'가 제안하는 직장 갑질 대처법을 소개한다.

◇증거를 남겨라= 스스로 갑질을 했다고 인정하는 '사장님'은 거의 없다. "그런 적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 것은 물론 거꾸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경우 직장의 갑질을 증명할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증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해 남기는 게 좋다. SNS는 작성자가 언제, 어디서 글을 남겼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손으로 쓰거나 문서작성 파일을 이용하는 것보다 조작 의심을 받을 우려도 적다. 기록과 동시에 외부에 직장 갑질을 알리는 효과도 있다. 최근 불거진 '성심병원 장기자랑' 사건도 SNS를 통해 공론화됐다.

아직 사건을 외부에 알릴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만 보기' 또는 '나에게 보내기'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일단 기록을 해두면 뒤늦게 가서 아무것도 없이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된다"며 "어떤 갑질을 당했는지 육하원칙에 따라 구체적으로 기록해두면 더욱 신빙성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른 사람에 알려라= 더 확실한 증거를 남기고 싶다면 녹음·녹취를 하면 된다. 상대방 동의 없이 대화내용을 녹음해도 불법이 아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는 녹음 또는 청취할 수 없지만, 자신이 대화에 참여한 당사자라면 가능하다. 윤 변호사는 "막상 소송에 들어가면 가장 많이 쓰이는 증거가 녹음·녹취 파일"이라고 했다.

그래도 직접 녹음·녹취하는 게 꺼려진다면 CC(폐쇄회로)TV를 활용하면 된다. 직장 내 CCTV가 어디에 달려있는지, 사각지대는 어디인지 등을 잘 파악해두면 나중에 증거를 확보할 때 큰 도움이 된다. CCTV가 없는 직장이라면 목격자라도 확보해둬야 한다. 

회사의 갑질에 대한 직장 동료들의 의견을 모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서로 이야기하다보면 몰랐던 사실을 확인할 수도 있고, 단체로 사측에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다. 회사 밖 지인이나 가족에게 본인이 회사로부터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를 즉시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무데나 서명하지 마라= 증거는 '사장님'들도 만든다. 직장 생활의 '시작'과 '끝'인 근로계약서와 사직서가 대표적이다. 단순한 절차 정도로 생각하고 내용도 모른 채 서명하면 나중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윤 변호사는 "사직서의 경우 자발적 사직이 아니면 절대 쓰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직서를 쓰는 순간 강제해고당했다는 이유로 다투기 어려워 진다"며 "사측에서 '어쨌든 퇴사 의사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했다.

또 윤 변호사는 사직 의사를 밝혔더라도 일정 기간은 회사에 근무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사직 의사를 표시했더라도 갑자기 회사에 나오지 않으면 사측에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거는 일이 잦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적 도움이 필요하다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노동권익센터 또는 직장갑질119 등을 통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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