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친절한판례氏] 퇴사한 직원이 영업비밀 유출…업무상 배임죄?

박보희 기자 2017.11.20 05:0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A씨는 7년간 일했던 회사를 나와 전 동료인 B씨가 만든 경쟁사로 이직했다. A씨는 회사를 옮기며 전 회사의 제품 관련 정보를 가지고 나와 새 제품을 만드는데 사용했다. 결국 A씨와 B씨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등의 혐의가 인정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검찰은 이들에게 영업비밀누설죄 외에도 업무상 배임 혐의까지 적용했다. 검찰은 "피해를 본 회사에 근무 중 얻은 영업비밀이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유출하거나 경쟁회사,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해서는 안되는 업무상 의무가 있었다"며 "(전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쳐 업무상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재직 중 업무수행을 하며 취득한 정보라는 점 △유출 정보를 사용한 것은 퇴직 이후이기 때문에 신임관계가 존재하지 않아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할 수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업무상배임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 A씨가 유출한 정보를 사용한 것은 퇴사 1년 후였다. 

퇴사한 직원이 재직 중 얻은 회사의 영업 정보를 퇴사후 사용해 손해를 끼쳤다면 이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까? 대법원은 "퇴사한 직원은 더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기 때문에 퇴사 이후 일어난 일로 업무상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017도3808)

대법원에 따르면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여야 적용할 수 있다. 직원이 회사에 재직 중에 영업비밀·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무단 방출하면 업무상배임죄 가능성이 있다. 또 회사 직원이 퇴사할 때 돌려줬어야 할 영업비밀을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유출시켰다면 역시 퇴사시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달라진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직원이 회사에서 퇴사한 후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상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은 영업비밀 등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이용해도, 이는 이미 성립한 업무상배임 행위를 실행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따로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할 여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퇴사한 직원에게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기때문에 제3자가 (정보) 유출이나 이용에 가담했어도 업무상배임죄의 공범으로 성립할 수 없다"고 봤다. 직원이 전 회사에서 재직 중 빼돌린 정보를 회사가 함께 이용했어도, 직원이 퇴사한 뒤여서 업무상배임죄 적용이 되지 않는다면 회사 역시 공범으로 업무상배임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관련조항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8조(벌칙)
①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 취득ㆍ사용 또는 제3자에게 누설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 위반행위로 인한 재산상 이득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그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취득ㆍ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벌금형에 처하는 경우 위반행위로 인한 재산상 이득액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이 5천만원을 초과하면 그 재산상 이득액의 2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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