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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안무가 vs 기획자…공연 저작권은 누구에?

한정수 기자 2017.11.24 05:05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발레 무용수 겸 안무가와 공연기획사가 함께 창작 발레 작품을 만들었다면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는 걸까? 법원은 발레 작품의 완성에 창작적인 기여를 한 안무가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는 A씨는 2012년 서울에서 발레 학원을 운영하던 B씨를 찾아 발레 공연 사업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B씨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2개의 창작 발레 작품을 만들어 공연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일했다.

B씨는 2015년 5월 A씨가 자신의 허락 없이 2개 작품을 따로 공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씨는 A씨에게 '저작권을 침해했으니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편지를 보냈고 해당 발레 작품들에 대해 자신 명의로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도 마쳤다.

이에 A씨는 "문제가 되는 발레 작품들은 B씨가 나의 피고용인으로서 업무상 저작한 것이므로 저작권법 제9조에 따라 저작권이 나에게 귀속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저작권법 제9조는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으면 그 법인 등이 된다고 정하고 있다.

A씨는 또 "발레 작품들이 나의 단독저작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B씨와의 공동저작물에는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두 사람의 관계를 업무상 고용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발레 작품들의 저작권이 A씨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렸다.

특히 "A씨가 발레 작품들의 기획·제작·공연 과정에 관여했다는 것을 넘어 창작적인 표현 형식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강조했다.

2심 재판부도 "B씨가 A씨의 아이디어에 따라 안무를 담당했고 A씨가 안무에 대한 의견 등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는 기획자의 지위에서 안무가에게 수정을 요청한 것"이라며 "A씨가 발레 무용의 완성에 창작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는 이상 독자적인 저작권자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이 같은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A씨의 상고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6다278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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