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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일용근로라도 계속 일 했으면 퇴직금 줘야"

박보희 기자 2017.12.04 05:05

형식상 '일용근로자'로 계약해 일을 했더라도 근로관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면 '상용근로자'로 보고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방송사 드라마제작국에서 방송사 소속이 아닌 '외부제작요원'으로 근무하던 A씨 등은 참여하던 프로그램 제작이 끝났는데도 다른 업무 지시를 받지 못했다. 이전까지 참여하던 프로그램 제작이 종료되면 15일 이내에 새로운 프로그램 제작 참여 지시를 받아 업무를 이어왔는데, 2~3개월 동안 아무런 업무 지시가 없자 해고됐다고 판단, 퇴직금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방송사는 '일용근로자'이기 때문에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며 이를 거절했다. 결국 A씨 등은 법원에 퇴직금 지급 소송을 냈다. 이에 대법원은 "방송사가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00다27671)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 없이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약을 어떤 식으로 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방송사 소속 근로자'로 일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지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는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장소를 정하고 이에 구속받는지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이 누구 것인지 △기본급·고정급이 정해져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속적인 관계'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경우 △외부제작요원들의 구체적인 업무 내용이 프로그램 담당 연출자에 의해 결정된 점 △제작요원들이 연출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점 △노무제공 장소·시간이 프로그램 제작 일정에 따라 정해지는 점 △방송국 내 제작부서 담당자가 외부제작요원 배치 등 노무 관리를 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가 맞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식적으로 일용근로자라도 일용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돼 온 경우에는 상용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사용자는 취업규칙 및 보수규정상 직원과 같이 근로 기간에 맞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방송사는 "매일 지급하는 일당 속에 퇴직금도 포함돼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퇴직금은 근로관계가 끝났을 때 생기는 것"이라며 "매번 퇴직금을 지급했다고 해도 이는 퇴직금으로 효력이 없다.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약정 또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무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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