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일반

[친절한 판례氏] '담합' 자진신고하면 무조건 과징금 깎아줄까

대법 "2개 기업의 부동 공동행위 때 2순위 협조자엔 혜택 안 줘도 돼"

황국상 기자 2017.12.06 07:45
임종철 디자이너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들의 담합 적발률을 높이기 위해 내놓은 카드가 '자진신고 감면제도'(리니언시·Leniency)다. 부당한 공동행위에 참가한 일방이 당국의 조사 이전에 자진신고하거나 조사 개시 이후 당국에 성실하게 협조하면 과징금 처분을 면제하거나 그 일부를 감경해주는 제도다.

그런데 조사에 협조를 하고서도 과징금을 감면받기는 커녕 되레 가중처분을 받은 기업이 있었다. 과징금 감면처분을 받지도 못하고 되레 가중된 과징금 처분을 받은 이 기업은 법원에 불복소송을 제기했다가 최종 패소했다. 자진신고를 하거나 조사에 협조했을 때의 과징금 감면기준에 대한 대법원 판례(2017년 1월12일 선고, 2016두35199)가 있어 소개한다.

2009년 경기도 한 도시의 수질복원센터 시설공사 입찰에 참가한 A건설사의 상무는 경쟁사인 B건설사의 상무와 만나 입찰과 관련한 모의를 진행했다. 이들은 입찰일 당일 상대방의 입찰서가 모의한 대로 작성됐는지 점검한 후 발주자에게 입찰서를 냈다. 이들이 모의한 대로 A건설사가 공사를 따냈다.

시간이 흐른 뒤 2011년 공정위가 2009년 당시 공사 낙찰 과정을 조사했다. B사는 2년전 A사와 입찰수주와 관련한 담합을 벌인 사실을 공정위에 알렸다(조사 협조). 이를 근거로 공정위는 당시 A사가 공사를 낙찰받은 과정에 부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적발할 수 있었고 B사에 '1순위 조사 협조자' 지위를 인정했다. 다만 B사는 양사의 상무급 임원이 당시의 담합을 주도했다는 것은 공정위에 알리지 않았다.

조사가 거의 마무리 돼 가던 2014년이 돼서야 A사는 뒤늦게 공정위에 조사협조 형식으로 "3년전 담합과정에 상무급 고위 임원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또 2순위로나마 협조를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감면해줄 것을 신청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A사의 감면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무급 고위 임원이 주도해 담합이 진행됐다는 점 등을 들어 되레 과징금을 10% 가중하는 처분을 내렸다. 다만 처분 당시 A사가 적자라는 점, 고위 임원이 개입했다는 사실이라도 공정위에 알려줌으로써 실체적 사실의 확인에 도움을 줬다는 점 등을 들어 과징금은 일부나마 줄어들기는 했다.

공정거래법과 그 시행령은 △공정위 조사 이전에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한 자(1순위 자진신고자) △조사 개시 이후 부당 공동행위와 관련한 모든 사실을 진술하고 성실히 협조한 자(1순위 조사협조자) △2순위 자진신고자 △2순위 조사협조자 사이에 과징금 감면혜택을 차별적으로 부과하고 있다. 

1순위 자진신고자나 조사협조자는 과징금의 100%를 면제받지만 2순위 신고자나 협조자는 50%의 감경혜택만 받는다. 관련법령은 또 △1순위 신고자·협조자가 최초로 당국에 협조한 시점에서 2년 이상이 지나서야 협조한 2순위 신고자·협조자 △둘만의 모의로 담합이 개시된 경우의 2순위자에 대해서는 감경혜택을 배제토록 하고 있다.

A사는 서울고법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의 의결에 불복하는 소송은 서울고법에 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A사는 "공정위가 '조사 협조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되레 과징금 가중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B사가 최초 제보한 내용에서 '고위 임원의 관여'가 빠져 있으니 B사에게서 1순위 조사협조자로서 지위를 박탈하고 그 지위를 자신들에게 달라는 주장이다. A사는 최소 B사에 이은 '2순위 협조자'로서 지위라도 인정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또 "공정거래법이 자진신고자나 조사협조자에 관한 구체적 정의를 내리지 않고 시행령이 '감면혜택 적용이 배제되는 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도록 한 것은 헌법상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이나 '법률 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공정위 처분이 위헌적이라고 했다.

서울고법은 A사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가 B사로부터 관련 진술과 증거를 얻어 A사에 과징금을 물릴 근거가 충분히 마련된 만큼 별도로 A사에 과징금 감면혜택을 줄 이유가 없다는 게 서울고법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또 시행령으로 과징금 감면혜택을 받을 자의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동시에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조건을 정하도록 한 것 역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서울고법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공정위가 B사로부터 부당 공동행위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고 이를 증명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으므로 A사는 1순위 협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2개 사업자의 부당 공동행위에서 2순위 협조자에게 혜택을 배제한 것은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사는 "담합에 관여한 상무는 '비등기 임원'이기 때문에 공정위의 과징금 가중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비등기 임원이라도 일반 직원과는 의사 결정이나 업무집행 권한의 범위 등에서 차이가 있다"며 "그러한 비등기 임원이 단순히 위반행위를 보고받고도 이를 제지하지 않는 등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차원을 넘어서 위반행위를 주도·계획하거나 이에 유사한 정도로 위반행위에 직접 관여했다면 공정거래법령이 정한 과징금 산정의 참작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관련조항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2조의2(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감면 등)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제21조(시정조치)의 규정에 의한 시정조치 또는 제22조(과징금)의 규정에 의한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고, 제71조(고발)에 따른 고발을 면제할 수 있다.
1. 부당한 공동행위의 사실을 자진신고한 자
2. 증거제공 등의 방법으로 조사에 협조한 자
② 제1항에 따라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받은 자가 그 감경 또는 면제받은 날 이후에 새롭게 제19조제1항을 위반하는 경우에는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받은 날부터 5년 이내에는 제1항에 따른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의 감경 또는 면제를 하지 아니한다.
③ 공정거래위원회 및 그 소속 공무원은 소송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진신고자 또는 조사에 협조한 자의 신원ㆍ제보내용 등 자진신고나 제보와 관련된 정보 및 자료를 사건 처리와 관계없는 자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감경 또는 면제되는 자의 범위와 감경 또는 면제의 기준ㆍ정도 등과 제3항에 따른 정보 및 자료의 제공ㆍ누설 금지에 관한 세부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5조(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감경 또는 면제의 기준 등)
① 법 제22조의2제4항에 따른 시정조치 또는 과징금의 감경 또는 면제에 대한 기준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자진신고한 자로서 다음 각 목의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과징금 및 시정조치를 면제한다.
  가.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입증하는데 필요한 증거를 단독으로 제공한 최초의 자일 것. 다만, 공동행위에 참여한 2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으로 증거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이들이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이거나 회사의 분할 또는 영업양도의 당사회사로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면 단독으로 제공한 것으로 본다.
  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였거나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입증하는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진신고하였을 것
  다. 부당한 공동행위와 관련된 사실을 모두 진술하고,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등 조사가 끝날 때까지 성실하게 협조하였을 것
  라. 그 부당한 공동행위를 중단하였을 것
2.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한 후에 조사에 협조한 자로서 다음 각 목의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과징금을 면제하고, 시정조치를 감경하거나 면제한다.
  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지 못하였거나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입증하는데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사에 협조하였을 것
  나. 제1호가목, 다목 및 라목에 해당할 것
  다. 삭제 <2008.6.25>
3.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하기 전에 자진신고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를 시작한 후에 조사에 협조한 자로서 다음 각 목의 모두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과징금의 100분의 50을 감경하고, 시정조치를 감경할 수 있다.
  가. 부당한 공동행위임을 입증하는데 필요한 증거를 단독으로 제공한 두 번째의 자일 것. 다만, 공동행위에 참여한 2 이상의 사업자가 공동으로 증거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이들이 실질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이거나 회사의 분할 또는 영업양도의 당사회사로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면 단독으로 제공한 것으로 본다.
  나. 제1호다목 및 라목에 해당할 것
  다. 삭제 <2008.6.25>
  라. 삭제 <2008.6.25>
4.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하여 과징금 부과 또는 시정조치의 대상이 된 자가 그 부당한 공동행위 외에 그 자가 관련되어 있는 다른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제1호 각 목 또는 제2호 각 목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그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하여 다시 과징금을 감경 또는 면제하고, 시정조치를 감경할 수 있다.
5. 제1호부터 제4호까지의 규정에 해당하는 자라도 다른 사업자에게 그 의사에 반하여 해당 부당한 공동행위에 참여하도록 강요하거나 이를 중단하지 못하도록 강요한 사실이 있는 경우 또는 일정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법 제19조제1항을 위반하여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경우에는 시정조치와 과징금의 감면을 하지 아니한다.
6. 제3호에 해당하는 자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과징금 및 시정조치를 감경하지 아니한다.
가. 2개 사업자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참여하고 그 중의 한 사업자인 경우
나.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자가 자진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한 날부터 2년이 지나 자진신고하거나 조사에 협조한 사업자인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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