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안타 한방에 "응애"…집앞 '야구장' 소음 참아야 하나

[서초동살롱] 광주 챔피언스필드 인근 아파트 주민 600명, 손해배상 소송서 패소

김종훈 기자 2017.12.11 05:00
광주 챔피언스필드 전경. /사진=뉴스1

세상 모든 사람이 야구팬은 아닙니다. 야구에 관심이 없는 '야알못'(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야구장에 앉아 9회말까지 경기를 다 봐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한두 번 정도는 사회생활한다고 치고 참을 수 있겠지만, 그 다음부터는 별로 가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야알못에게 야구장은 재미없고 시끄럽기만 한 곳일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야구장이 집 앞에 있다면 어떨까요?

지난해 5월 광주 소재 H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기아타이거즈의 홈 구장인 챔피언스필드 때문에 못 살겠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 챔피언스필드까지의 거리는 100여m 밖에 되지 않습니다. 주민들은 밤까지 이어지는 야구 팬들의 함성과 조명 때문에 집에서 쉴 수가 없어 소송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주민 중 가장 심각한 피해를 호소한 건 아기를 키우는 부모와 수험생들이었습니다. 소음과 빛 공해 때문에 아이를 재우기가 너무 힘들고, 간신히 재워도 안타나 홈런으로 환호성이 터질 때마다 깨는 통에 야구경기가 있는 날은 진이 다 빠졌다고 합니다. 수험생들은 집에서 공부하는 건 꿈도 못꾸고 매번 독서실에 가야했다고 하는데요. 주민 측을 대리한 오민근 변호사는 "갑자기 터져나온 응원 함성 때문에 아기가 경기를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주민 650여명은 챔피언스필드 소유주인 광주광역시와 이 경기장을 빌려쓰고 있는 기아타이거즈 구단에 1인당 약 10만원씩 총 6억2000만여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소음을 막아줄 방음벽이라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시와 구단이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의 1심 재판은 소송 제기 후 약 1년 반 만인 지난 7일 원고 패소로 마무리됐습니다. 광주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판사 허상진)는 챔피언스필드에서 발생하는 소음, 빛 공해가 법적으로 '참을 한도'를 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야구경기가 매일 열리는 것도 아니고, 다수의 지역 주민들이 여가생활을 즐기는 공공시설인 만큼 주민들이 좀 더 참아야 한다고 봤습니다.

기아타이거즈 측이 소음, 빛 공해 절감을 위해 노력한 면이 있다는 점도 인정됐습니다. 재판부는 "기아타이거즈는 2014년 5월부터 야구장에 설치된 스피커 220개 중 3·4층에 설치된 100개만 사용했다. 2015년부터는 밤 10시 이후 3·4층 스피커 사용을 중단했다"며 "관중들의 함성, 응원가 소리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미흡한 점이 있다고 해도 피고들도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빛 공해가 심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야구장 조명은 야간경기가 있는 날에만 사용되고 평균적으로 밤 10시 이후면 꺼진다"며 "주민들의 '참을 한도'를 넘을 만큼의 피해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주민들은 소송기간 동안 무엇보다 누리꾼들의 '악플'이 가장 힘들었다고 합니다. 오 변호사는 "돈 때문에 일을 벌인 것처럼 오해를 받아 주민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항소를 검토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피로감이 심해 소송 참가 인원이 대폭 감소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들은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주민들이 평온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나무를 심고 방음시설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주민들과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시와 구단이 좀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한 것이죠. 앞으로 시와 구단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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