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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기준 공개? 영장항고제?···구속 논란의 해법은

[재판의 법칙-구속의 비밀 ③] "형사소송법상 불구속이 원칙"…보석조건부 영장발부제 도입도 거론

한정수, 박보희, 양성희 기자 2017.12.29 05:00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법원이 구속 기준을 공개하면 다 해결될 문제다. 구속 기준을 공개하자고 요구한 게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런데 법원은 아직 꿈쩍도 안 한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놓고 법원과 검찰이 벌이는 해묵은 갈등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이렇게 토로했다.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와 기각의 명확한 기준을 공개하면 불필요한 논란이 사라지고 형사 절차의 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기준은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도 하나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일관된 기준을 제시하긴 어렵다는 논리다. 과거 영장전담판사를 지낸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구속 사유 중 하나인 '증거인멸 우려'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기준을 누가 어떤 방법으로 명확히 정립해 설명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구속은 검찰의 수사 편의를 위한 제도인데 법원이 구체적인 기준까지 만들어 구속을 촘촘히 심리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본안 재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속 제도와 관련, 검찰의 또 다른 희망사항이 영장항고제 도입이다. 영장전담판사가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검사가 2심 또는 3심 등 상급 법원에서 영장을 다시 심사받는 제도다. 영장항고가 가능해질 경우 같은 혐의에 대해 법원의 판단이 두차례 이상 내려지는 만큼 사례가 축적되면 이를 토대로 구속 기준을 간접적으로나마 유추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구속영장 재청구는 다른 혐의를 추가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장항고와 차이가 있다. 

검찰은 지난 2006년 론스타 사건 당시 법원이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을 4차례 기각하자 영장항고제 도입 등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법무부에 전달한 바 있다. 최근에도 국가정보원 간부 등 주요 사건 피의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영장항고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장항고제 도입에 대해서도 법원은 '절대 반대' 입장이다. 수사 편의를 위해 피의자의 인권과 방어권을 무한정 희생시킬 수는 없다는 논리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영장항고제가 도입되면 피의자가 현재보다 더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며 "지금도 기각된 영장을 재청구하면 다른 판사가 심사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영장항고제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장항고제가 도입되면 영장재청구 제도는 어떻게 할 것인지, 피의자에게도 항고권을 줘야 하는지, 현재 운영 중인 구속적부심 제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구속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법원의 또 다른 부장판사는 "미국의 경우 구속만 결정하는 치안판사가 형식적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보석금 등 정해진 기준을 충족했을 때 석방을 시키는 제도가 도입돼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 같은 보석조건부 영장발부제 도입 필요성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구속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구속 여부와 유죄 여부를 별개로 보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영장전담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구속 여부를 유·무죄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영장전담판사들의 스트레스가 막심한 건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속 수사는 억지 자백으로 이어지는 등 피의자의 방어권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형사소송법상 원칙은 불구속 수사"라며 "검찰이든 법원이든 이 원칙으로 돌아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구속은 하나의 수단일 뿐 형벌이 아니다"라며 "구속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은 구속을 형벌이나 일종의 수사 성과로 취급하는 수사기관과 사회 전반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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