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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판례氏] "송년회서 과음한 뒤 사망, 업무상 재해"

법원 "회사가 주최한 회식서 사고,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게 타당"

한정수 기자 2017.12.29 05:05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회사에서 주최한 송년회에서 과음을 한 뒤 귀가하다가 집 근처에서 쓰러져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있다.

한 운송업체에 일하던 50대 A씨는 2012년 12월말 저녁 6시30분쯤 회사 직원들의 연말 송년회 겸 정년퇴직 예정자 기념 송별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술에 취한 A씨는 동료가 잡아주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는 밤 9시10분쯤 아파트 출입문 근처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사인은 충격에 따른 머리 손상이었다. 

이에 A씨의 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달라고 청구했지만 공단은 이를 거절했다. 공단 측은 "회식 참가 여부에 대한 강제성이 없었던 점, 자유롭게 귀가 여부가 정해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서 발생한 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A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송년회는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로 비용을 전적으로 회사에서 부담했다"며 "야간 근무자를 제외한 전원이 회식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식 참석 여부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회사의 주최자, 목적, 참석인원 등의 사정들에 비춰보면 해당 회식의 전반적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인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A씨는 회식에서 평균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셨는데 이는 회식의 성격과 분위기상 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인다"며 "A씨가 만취상태에 이르러 혼자 귀가하던 중 넘어져 숨지게 된 점을 인정할 수 있는 만큼 이는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판단은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회식과 같이 업무 외적인 행사나 모임에서 당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려면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참가인원과 강제성 여부, 비용부담 등의 각종 사정에 비춰 그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어야 하고 근로자가 그 행사의 순리적 경로를 일탈하지 않은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다.

특히 과음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대법원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서 진행된 회식에서의 과음이 사업주의 만류 또는 제지에도 불구하고 이뤄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식 중 음주로 인한 재해는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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