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친절한 판례氏] "내연남이 또 바람 폈어요" 위자료 받을 수 있나

법원 "각자 배우자 있던 상태, 혼인 객관적 정황 없어 위자료 못 받아"

황국상 기자 2018.01.03 05:05
임종철 디자이너

각각 가정을 두고도 4년 가까이 불륜관계를 이어왔던 남녀가 있었다. 그런데 남성은 또 다른 여성과 바람이 났다. 남성의 첫번째 내연녀는 두번째 내연녀에게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최초 불륜 당사자 2명에 대해 "부부 공동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의사로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이뤘다고 볼 객관적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불륜 상대방에게 위자료 청구를 할 수 있는 자격기준을 제시한 법원 판결(대구가정법원 2014년 11월20일 선고, 2013드합1012 판결)을 소개한다.

모 대학의 석사과정을 밟고 있던 대학원생 A씨는 2009년말부터 지도교수 B씨와 불륜관계를 가졌다. 둘 다 배우자와 가정이 있는 상태였음에도 A,B씨는 서로의 주거지를 수시로 오가며 부적절한 관계를 맺거나 함께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2012년초 B씨가 A씨에게 결별을 선언했으나 A씨는 B씨에게 "B씨의 배우자와 가족들, 주변인들에게 부적절한 사이를 알리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수차례 보내는 등 협박을 가했다. 또 B씨로 하여금 "두 사람이 2년간 부부의 정을 나누며 잘 지냈고 1년 후 A씨의 거주지에서 같이 살 것을 약속한다" "2014년 모월 모일에 결혼할 것을 맹세한다"는 등 취지의 각서를 작성토록 강요하기도 했다.

위태위태하던 두 명의 관계는 2013년 6월이 돼서야 끝이 났다. 또 다른 B씨의 대학원 제자인 C씨가 등장하면서다.

A씨는 B씨와의 불륜관계가 마무리되기 두 달 전인 2013년 4월쯤부터 B씨와 C씨 사이의 관계를 의심했고 같은 해 5월에는 B씨가 다른 교수나 조교, 학생들과 나누는 대화를 도청하기까지 했다. 같은 해 8월에는 "B씨와 C씨가 학교 근처 오피스텔에서 성관계를 맺는 내용이 도청됐다"는 소문을 퍼트리기도 했다.

A씨는 "B씨와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면서 사실혼 관계에 있었는데 C씨가 B씨와 성관계를 맺는 등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A씨를 모욕하거나 협박하는 문자를 보냈으며 이로 인해 B씨와의 사실혼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며 "C씨의 잘못된 행동으로 사실혼 관계가 부당하게 파기돼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손실을 입었으니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실혼에 해당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단순한 동거관계 또는 간헐적인 정교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 관념상 가족 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해야 한다"며 "A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C씨가 B씨와 부정한 행위를 했다거나 그 밖에 C씨의 잘못으로 A,B씨 사이의 사실혼관계가 파탄됐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초부터 A,B씨는 서로에게 법률상 배우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각자 원래 배우자와 이혼한 이후에도 결혼식 등 대외적으로 혼인관계를 표시할 만한 의식을 치르지 않았다"며 "상호간에 부부 공동생활을 영위할 의사로 경제적 공동체를 형성했다고 인정할 만한 객관적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관련조항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 법원은 전항의 손해배상을 정기금채무로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

민법
제812조(혼인의 성립)
① 혼인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② 전항의 신고는 당사자 쌍방과 성년자인 증인 2인의 연서한 서면으로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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