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vs 유가족…대한변협, 이해충돌 '딜레마'

[the L 리포트] '소송 위험' 소방관 법률지원에 제천화재 유가족 법률지원까지…이해충돌 불가피

유동주, 송민경(변호사) 기자 2018.01.14 05:10
2016년 12월 30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피해 가족협의회와 대한변호사협회가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가족협의회 윤창희(왼쪽) 대표와 대한변협 김현 협회장이 업무협약서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 뉴시스
조종묵 소방청장(오른쪽)과 김현 대한변협 협회장이 2016년 9월 8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강당에서 소방관 법률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달 30일 제천화재 피해유가족들과 법률지원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이해충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변협은 지난해 9월 이미 소방청과 '소방관 법률지원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변협이 피해유가족 법률지원에 본격 나설 경우 앞서 체결했던 소방관 지원협약과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유가족을 제대로 도우려면 먼저 소방관 지원협약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방관도 돕고, 상대편 유가족도 돕고?

변협은 화재 진압 등 공무수행으로 발생한 각종 법적분쟁에 노출된 소방관들을 지원하겠다며 지난해 9월8일 소방청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날 변협 소속 변호사 392명으로 ‘소방관법률지원단’을 조직해 발대식도 가졌다. 이 업무협약은 지난해 7월 소방청이 새로 독립해 출범한 이후 외부기관과 맺은 첫 협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협이 소방관을 상대로 한 민·형사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은 제천화재 사건에 대해 직접 유가족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한 기관이 소송의 쌍방을 모두 도울 경우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변협 내에서도 유가족 지원을 결정하던 당시 이런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변협이 소방청과 제천화재 유가족 모두에 대해 법률 조력자를 자처하고 나선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소방관 지원은 각 지방변호사회에 맡기고 제천화재 유가족 지원에만 변협이 나서는 모양새가 나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변협 관계자는 “만약 이해충돌이 발생하면 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제천화재 사건은 아직 파악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2016년 9월 8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강당에서 열린 소방관 법률지원 업무협약식 및 소방관 법률지원단 발대식에서 조종묵 소방청장과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소방청 제공) /사진=뉴스1
 
◇쌍방대리 감시·징계해야 할 변협

변호사나 법무법인(로펌)들은 쌍방을 동시에 대리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법조윤리 위반으로 징계까지 가능하다. 징계 주체는 변협이다.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은 변호사는 당사자 한쪽으로부터 수임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수임 중인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다른 사건도 맡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변호사윤리장전도 마찬가지로 변호사의 이익충돌 회피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결국 회원들의 쌍방대리를 감시하고 징계해야 할 변협이 스스로 쌍방대리를 자처하며 이해충돌 회피의무를 위반한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로펌 소속 A변호사는 “유족들이 소방관들의 초기 진압 또는 구조 과정에서의 업무과실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협이 양쪽을 모두 대리하게 되면 상반된 주장에 대해 어떠한 법리적 해석을 하더라도 한쪽에 대해서는 성실한 변론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초동 개업 변호사인 B씨 역시 "변협이 하창우 전 협회장 집행부 시절에도 전체 변호사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고 테러방지법에 대해 자의적으로 '찬성' 의견서를 내 협회장이 직접 사과까지 한 적이 있다"며 "국내 모든 변호사를 대표하는 변협이 특정 당사자를 위해 자문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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